GRIT

평소의 나라면 피했을 선택을 했다

by mimi

학원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원에서 스피치 콘테스트가 열린다는 공지가 붙었다.
평소의 나라면 영어 울렁증 때문에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그런 대회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만큼은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까지 와서 이런 도전 하나 못 해보겠어?”


항상 영어를 두려워하기만 했지,
그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평소의 나가 아닌 사람처럼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거의 충동에 가까운 결심을 했다.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바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콘테스트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에
하루 만에 원고를 다 쓰고,
남은 한 달을 통째로 외우는 데 쓰기로 마음먹었다.


원고를 읽으며 녹음을 하고, 다시 듣고, 또 듣고.
녹음된 내 목소리는 내가 느낀 것보다 훨씬 더듬거리고
생각보다 훨씬 형편없었다.
그걸 듣고 좌절이 밀려왔고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속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 그 좌절을 반복해서 맛보면서
매일같이 외웠다.
한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단순히 암기가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었다.


스피치 주제는 자유였는데,
나는 토론토 TMU 대학 외벽에 붙어 있던 단어 GRIT을 선택했다.
끊임없는 열정과 끈기.
그 단어가 그 당시의 나에게 너무 크게 들어왔다.


내 원고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했다.
해리포터 출간 전까지 12번이나 거절당한 J.K. 롤링,
고등학교 농구팀에서 잘렸던 마이클 조던,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천 번의 실패를 견딘 에디슨.
나는 늘 한두 번 시도하다 실패하면 금방 포기해버리던 사람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


5분 동안 영어로 말하는 것을 외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들의 실패처럼, 나도 실패를 겪기 위해 가는 거야.”


대회 당일, 나는 암기를 완벽히 해갔다.
하지만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긴장감’이었다.
사람들 앞에 서자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 순간부터는 연습했던 흐름이 모두 끊어졌다.


기대만큼 잘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날 또 하나를 배웠다.
평소에는 몰랐던 내 약점—
나는 대중들 앞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도전을 해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들을
일부러 조금씩 더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 작은 시도들이 캐나다에서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더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돌아보면
그 스피치 콘테스트는 단순한 대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과 마주한 첫 순간이었고,
나를 앞으로 한 걸음 밀어주는 용기의 시작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