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 위의 하루가 알려준 것들
캐나다에 도착한 날, 우리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서 집 열쇠를 받고
작은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캐나다는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문화였지만
우리는 한국식으로 지내고 싶어서
14시간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안고 바로 청소부터 시작했다.
나는 회사 배려 덕분에 재택근무를 하기로 하고 캐나다에 왔기 때문에
도착한 다음 날, 일요일 오후부터는 근무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집에는 가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날 업무를 위해
책상과 의자를 사러 이케아로 향했다.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가격과 크기의 책상이
가까운 매장에는 없었다는 것.
결국 다운타운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거리인
노스욕까지 가야 했다.
그때만 해도 우버 같은 앱도 등록하지 않았고
물가가 비싸 택시를 타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손수레 하나에 의지해
책상을 직접 끌고 오기로 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풍경은 예뻤지만
우리에게는 고난의 예고였다.
손수레는 눈에 빠져 자꾸 멈춰 섰고,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온몸에 힘을 잔뜩 줘야 했다.
손에는 점점 통증이 올라왔고
춥던 공기는 어느새 더위로 바뀌며
몸에는 진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한 시간 남짓한 돌아오는 길은
짜증과 예민함이 번갈아 올라오는 시간이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었고
나는 결국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 쉬어야 했다.
한국에서는 책상 하나 배송받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책상이 없어도 다른 대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일을 위해 하루를 통째로 쓰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작은 도움 하나조차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니
내 힘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얼마나 어렵고 벅찬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편리했는지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책상과 의자가 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끼며 10개월을 보냈다.
집 안의 작은 물건 하나까지도
조심히, 감사한 마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워홀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우리가 직접 조립했던 그 책상을 다시 분해하며
그날의 고생이 떠올랐다.
한국에 도착해서 익숙한 환경을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사소해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이
얼마나 나를 편하게 해주고 있었는지.
그 소중함을 나는
낯선 곳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