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이 만들어낸 세상
캐나다에서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눈만 마주쳐도 미소로 반겨주며 “Hi, How are you?”라고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관심사나 말 한마디가 이어지면
마치 오래 알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카페 직원도, 쇼핑몰 매장의 점원도,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도 모두 같은 방식이었다.
언제나 밝고 여유 있는 태도로 우리에게 친절을 건넸다.
하지만 나는 영어가 유창하지 않았고,
한국에서는 낯선 사람과 말을 섞는 문화가 거의 없다 보니
처음엔 그 친절함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남편은 MBTI가 극I인 사람이어서
상황마다 더 긴장하는 듯했다.
그래서 사람 많은 곳을 피해 쇼핑하거나,
엘리베이터 앞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다음 것을 기다리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짧은 인사 한마디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냈다.
Hi, hello, have a good day—
말은 서툴렀지만 웃는 표정만큼은 자연스럽게 지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인사 방식과 대화 흐름을
조용히 관찰하며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짧은 인사만으로도 공기는 훨씬 따뜻해졌고
우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포용과 호의가 느껴졌다.
외국인인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그 분위기는
작은 안도감과 함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한식당에서 있었던 일도 기억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뒤에서 포장을 기다리던 분이
우리가 먹은 메뉴가 맛있어 보인다며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다 왜 토론토에 왔는지까지 이야기가 흘러가며
짧은 시간 동안 친근한 대화를 나눴다.
누가 봐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또 결혼기념일에 CN타워에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 직원이 내 가방에 달린 인형을 보며 말을 걸어왔다.
조카가 이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반가워했고,
그 대화는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왜 토론토에 왔는지,
오늘이 어떤 날인지까지 이어졌다.
1층에서 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 말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더 반갑게 인사하게 됐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먼저 물어보고,
칭찬도 더 자주 건네는 사람이 되었다.
작은 인사와 가벼운 대화가 하루에 스며들면
그날의 기분은 확실히 더 밝아졌고
그 순간들이 모여 행복한 하루를 선사했다.
캐나다의 일상은 그렇게 나에게
‘여유’라는 새로운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나는 사람들의 표정과 태도를 자연스레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태도도 천천히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용건만 간단히, 불필요한 말은 스킵,
호감과 관심은 마음속에서만 머물러 있었다.
얼마 전 유명 아나운서가 말한 문장이 떠올랐다.
“친절함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캐나다에서 경험한 스몰톡 문화가 바로 그 말과 닮아 있었다.
친절함은 사람들 사이의 적개심을 낮추고,
우호적인 태도를 만들며,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게 한다.
결국 그것이 하루를 바꾸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작은 세계 하나를 따뜻하게 만든다.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친절함이 가진 힘을,
그리고 미소 하나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몸으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