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은 용기를 조금씩 꺼내는 일

커피 한 잔을 주문하기까지의 거리

by mimi

캐나다에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려고 문 앞까지 갔는데
나는 한 걸음도 쉽게 떼지 못했다.
아주 간단한 주문 한마디조차,
내 발음이 알아듣기 어려울까 봐,
문법이 틀릴까 봐,
외국인에게 처음 말을 건다는 그 낯선 긴장감 때문에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미루기만 했다.


그 순간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내가 여기서 정말 적응할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가 과연 여기에 오길 잘한 걸까?” 하는 의구심까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삶의 가장 작은 행동조차 머뭇거리게 만든다.
그때의 나는 무기력했고, 답답했고,
내가 만든 침묵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여기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고 배우겠지’라고 생각했다.
학원도 가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고
잠깐씩 밖에만 나가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영어를 쓸 일도, 배울 일도 거의 없었다.
그저 낯선 나라에서 한국식 삶을 이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결국 어학원에 등록했다.
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말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늘어났고,
서툴게라도 계속 부딪히다 보니
실수에 대한 긴장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어색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게 되었고,
그렇게 하루하루 작은 용기를 꺼내 쓰며
조금씩 이곳에 스며들었다.


돌아보면,
나는 보이지 않는 큰 장벽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그 장벽에 부딪혀 보니
생각보다 더 쉽게 금이 가고,
그 틈 사이로 자신감이 천천히 흘러들었다.


외계처럼 느껴졌던 이곳이
조금씩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름을 경계하던 마음은 유연해졌고,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는 폭도 넓어졌다.


결국 적응이란
무언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매일 아주 작은 용기를 꺼내 쓰는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