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잔고평가표〉

변동성 속에서 나를 지켜준 말들


9월 25일부터 거래 중인 증권사 한 곳에서

매일 ‘잔고 평가 알림’이 카카오톡으로 도착한다.


그곳은 내가 한국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사이기도 하다.

요즘 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니,

그 알림이 오면 괜히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조바심도 생긴다.


의도한 마케팅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보고 있자면 꽤 영리한 전략인 듯하다.

매일의 잔고 변화를 한눈에 보는 순간,

‘나도 다시 뭔가 시도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출렁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의 잔고 평가표도

저 숫자들만큼이나 변동성이 크겠구나.


매일 같은 리듬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사실 마음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를 다시 세워준 건 무엇이었을까.



물론,

차곡차곡 쌓여온 목표와

그에 따라 늘어난 실제 잔고에도 감사하지만,


결국 나를 지탱해 준 건 사람의 말이었다.


누군가의 짧고 따뜻한 한마디.

그 말들이

마음의 그래프가 흔들릴 때마다

조용히 균형을 잡아주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

나도 그가 첫사랑이었고,

그도 나의 첫사랑이었다.


세월이 지나 어느 날,

그에게 물었다.

“그땐 왜 고백 안 했어?”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너를 알수록 네가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내가 좀 더 강해져서 고백하려고 했지.

그러다 놓쳤네.


근데 말이야,


넌 사막에서도 잘 살아갈 사람이야.”


그 말은

인생이 막막하기만 하던 30대 시절,

수없이 떠올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깊이 이해하고 신뢰해 줬다는 사실,

그건 어떤 수익보다 오래 남는 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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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건너와

모든 게 낯설고 버거웠던 시절,

묵묵히 항상 곁을 지켜준 일본인 직원이 있었다.


“원장님, 제가 왜 아직도 같이 일하는지 아세요?”

“왜?”


“처음엔 회사가 제 생각과 너무 달라서

그만두려 했어요.


근데 일본어도 잘 못하시면서

몸짓으로 저를 설득하던 원장님을 보고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였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부자가 될 거야.’”


그 말은

앞이 안 보이던 시절 내 안의 등불이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그때의 고마움을 전하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걸요.”



후쿠오카로 이주한 첫 해,

샵을 오픈했지만 일이 거의 없던 어느 날,

직원과 함께 근처를 산책했다.


멀리 무언가 보여서 물었다.

“저게 뭐야?”


그때 신입 직원이 말했다.

“공동묘지예요. 일본 사람들은 저런 곳에 묘를 만들어요.

원장님은 분명 후쿠오카를 좋아하게 되실 거예요.

여기서 묻히셔야죠~^^”


그땐 그냥 웃어넘겼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묘하게 예언이었던 듯 느껴진다.

그때의 신입은 12년째 한결같이 내 곁을 지키는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 있다.



그렇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지만,

나를 지켜준 건 내가 아니었다.


내 인생의 변동성을 묵묵히 바라봐준

그 따뜻한 시선들,

그 짧은 문장들.


그것이 내 잔고를

언제나 ‘회복 구간’으로 되돌려주었다.



주식의 그래프처럼

삶의 곡선도 오르락내리락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진짜 부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말로 쌓인다.


오늘도,

짧더라도 가볍더라도

따뜻한 한마디를 남길 수 있는 하루이길.


그리고 그런 “나”이길.



진짜 잔고는 마음속에 있다.

말이라는 이름의 배당금이

오늘도 조용히 입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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