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우주인

― 익숙해진다는 걸 배우는 중


지구에 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어느 카페에서든

자연스럽게 커피를 주문할 수 있고,

전철이 흔들려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지구엔 꽤 익숙해졌어.”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이제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걸까.”


그때부터 그는 조금씩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종종 어딘가 어색한 공기를 가진 존재들이 있었다.

그래, 새내기 우주인들!


그는 그들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표정의 움직임이 — 단 0.5초쯤 늦는다.^^

학습을 실행하기까지의 시간이다.



1장. 카페의 신입


창가 자리에 앉아 라테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한 명의 새내기 우주인이 들어왔다.

카운터 앞에서 뭔가를 물었다가, 한참을 망설였다.


“‘테이크아웃’이 ‘가지고 나간다’는 뜻이죠?”

“네, 맞아요.”


“그럼 ‘테이크인’은요?”

점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여기서 마신다는 뜻이에요.”


그는 무심코 미소 지었다.

그래, 나도 그랬었지.

‘테이크아웃’이 내가 나가는 건지,

커피가 나가는 건지 헷갈려서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그는 조용히 다가가 말했다.

“이 가게의 드립커피는 부드러워요.

처음 날엔 그게 딱 좋아요.”


새내기 우주인은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눈 맞춤이,

새내기 우주인에게는

그날 하루의 가장 따뜻한 인사가 된다.


2장. 전철의 리듬


어떤 날 저녁 전철.

지구의 흔들림은 늘 예측할 수 없다.

그는 발바닥으로 리듬을 잡으며

자연스레 몸의 중심을 맞췄다.


혼잡함 속에 운 좋게 앉았다.

그리고 느껴지는 낯익고도 낯선 파장.


옆자리에는 새내기 우주인이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눈을 감은 채,

이 “지구의 소음”에 익숙해지려 애쓰는 듯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이건 지구의 리듬이에요.

이 흔들림에 맞춰 호흡하면 조금 편해져요.”


“리듬… 호흡…?”

“그래요. 지구는 ‘숨 쉬는 행성’이거든요.

당신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지구가 함께 숨을 쉬고 있는 거예요.”


새내기 우주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두 사람의 호흡은

조용히 같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3장. 슈퍼마켓의 미션


며칠 뒤,

그는 슈퍼에서 또 다른 새내기 우주인을 만났다.

진열대 앞에서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유통기한’이라는 건

인간의 수명 단위인가요?”

“아니요. 음식이 ‘살아 있는 기간’을 뜻해요.”


“그럼 결국엔 다 버려지는 거네요?”


“맞아요.

그래서 인간은 ‘냉장고’라는 은하 창고를 만든 거죠.^^”


새내기 우주인은 감탄하듯 말했다.


“지구인은 효율적인 슬픔을 가진 종족이네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지도요.

‘가능한 한 버리지 않기 위해,

이별 구간을 정하는 것.’

그게 지구식 미학이에요.”




4장. 비 오는 날의 신입


비 내리던 오후,

거리 모퉁이에 새내기 우주인이 서 있었다.

우산을 들고 있었지만, 고개는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는 울고 있었다.

“비가 오는데도 눈물이 나요. 왜 그럴까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건 이 행성의 법칙이에요.

젖는다는 건, 무언가를 느낀다는 뜻이에요.”


새내기 우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쁜 건 아니네요?”

“아니요, 오히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그들은 말없이

하나의 우산 아래, 같은 중력 속에 서 있었다.



5장. 사인(Sign)


어느 날 그는 깨달았다.

이제 자신은 ‘도움을 받는 쪽’이 아니라,

‘사인을 보내는 쪽’이 되어 있었다는 걸.


예전엔 늘 누군가의 친절에 기대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그 친절이 되어 있었다.


어딘가 서툰 누군가를 볼 때마다,

그는 그냥 눈으로 웃었다.


말보다 먼저 —

“괜찮아요.”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에필로그. 익숙해진다는 것


밤, 그는 노트를 펼치고 천천히 썼다.


“도와준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익숙해진 이가, 아직 서툰 이에게

보내는 작은 사인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그 사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창밖의 도시 불빛이 부드럽게 깜빡인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적었다.


“지구에서 산다는 건,

서로의 어색함을 이해하며

천천히 익숙해지는 일이다.”



“익숙해진다는 건, 느끼기 시작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