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꿈은 나침반이고,
어른의 꿈은 항공 내비게이션이다
젊은 시절의 꿈은
대개 나침반 같은 것이었다.
동쪽인지, 서쪽인지만 알면 되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만 분명하면
속도나 고도, 날씨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쪽이 맞는 것 같다”는 감각 하나로
몸을 던질 수 있던 시절이었다.
실패해도, 잃어도
다시 시작할 시간이 남아 있던 시절.
나침반은
방향만 알려준다.
길 위의 위험이나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날에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
어른이 되면서
꿈의 성격은 달라진다.
이제는 방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왔는지,
무엇을 이미 소모했는지까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어른의 꿈은
나침반이 아니라
항공 내비게이션에 가깝다.
고도와 속도를 계산하고,
기상 상황을 반영하고,
연료를 점검하며
필요하면 항로를 수정한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이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그 질문이 너무 무거워
이륙 자체를 망설이기도 한다.
젊을 때는
꿈이 나를 끌고 갔다면,
이제는
내가 꿈을 조종석에 앉힌다.
이건 꿈이 작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꿈을 다루는 방식이
훨씬 정교해졌다는 뜻이다.
실패한 경로도,
되돌아온 시간도,
헛쓴 에너지조차
모두 데이터가 된다.
어른의 꿈은
희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나 전체로 싸우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묻지 않는다.
“아직도 꿈이 있는가?”
가 아니라,
“나는 지금 어떤 항로를 선택하고 있는가”
를 묻는다.
젊은 날의 꿈이
앞을 가리키는 나침반이었다면,
지금의 꿈은
시간이 나를 입혀 만든
항공 내비게이션이다.
자, 이제.
살아오며 축적된
나의 감각과 판단,
실패와 수정까지 모두 모아
더 빨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도착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