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καιρός)의 시간

by miel




# 달리기만 하는 것이 인생인가요



50년이라는 시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중요하고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의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실력에 비해 욕심이 많았던 때를 늘 달려가고 있었다. 언제나 달리고 있었다. 달리고 있으면 뭔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간다는 상식선에서 움직였다. 잠자면서도 달리고 있었고 즐거운 여행 중에도 달리고 있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성공의 마력은 멈추는 것에 대한 어떠한 자비도 없었다.



그 모든 것의 행위는 어찌 됐건 경험을 통한 연륜으로 남았고, 작게 쌓였던 머니는 누군가의 은행으로 들어갔다. 허무함이라는 것은 30대의 10년 동안 달렸던 시간이 내게 어떤 뜨거움도 남겨지지 않은, 다시 오지 않을 사라져버린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달으면서 말할 수 없는 마음이다. 돈을 위해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포기하였던가. 젊음의 시간을 아무 의미 없이 버렸다는 결론이며 그로 인해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 꿈을 잃어 벼렸고 사랑을 잃어버렸고, 얻게 된 것은 놓쳤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는 것이며,앞으로는 절대 그것을 무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꿈을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그렇다고 다른 인생을 살았다고 치자.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생각해보면 남은 것은 사랑했던 기억과 운이 좋다면 배우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또 꿈을 위해 살았다고 생각해보자. 지금쯤 출간 작가가 되어있거나 여전히 글을 쓰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었겠지. 그런 생각들을 해보다 보니 나는 꿈을 위해 살았어야 했다는 후회감이 밀려온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 적어도 나에게 중요한 것은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을 위해 허황된 길을 걸어 갔어야 했다. 누가 뭐래도 그들이 말은 내 인생과 관계가 없었다. 나는 내 인생을 오롯이 꿋꿋이 나아가야 했었다. 자아가 원하는 꿈을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이렇게 될 거였는데 나는 헛스윙을 하면서 인생에 가장 중요한 30대를 허공에 날려 버렸다. 그때 만약 내가 멈추어 섰고 여행을 가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깊게 들어가 보고 고뇌했더라면, 꿈을 위해 그 성공이라는 길을 더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 우리 생이 끝날 때 가져가는 것들



인생이 끝날 때 우리는 무엇을 남기는가...

순간순간 하루 24시간을 통한 일 년 이년 그리고 십 년, 삼십 년 시간들은 현재만이 존재하고 모두 사라지는 크로노스(χρόνος) 시간들이다.

진정 살아 있는 시간이 되어 시간이 지나도 순간이 존재하는 형이상학적인 적정한 순간을 뜻하는 카이로스(καιρός)의 시간이 얼마나 축적되었는가가 진정 살아 있었음을 자각하는 순간들의 역사이다.


내가 살아 있는 시간 속에서 남은 시간은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들 이었다. 신성한 시간 카이로스는 깊은 순간의 시간이다. 그 시간은 달려가면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시간을 멈추고 여유를 만날 때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들러리의 숙명을 외면할 때 그 시간만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 성공이라는 허무함의 결정체



성공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일뿐 인간의 목적일 수 없다. 성공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을 요구하며, 성공만을 가진 삶은 허무함의 결정체이다. 그것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정적으로 완전히 비열하지 못하였고 완전히 계산하지 못하였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은 계산과는 무관한 길이어야 했다. 나의 성향, 지향점을 알았어야 했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깨달아야 했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직장을 다니고 일을 하고 그외에 가족을 위해 나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지금 시대는 다행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깨닫고 살고 있다. 열심히 살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지는 말라는 말을 나는 하고 싶다.




# 진정으로 살아있는 순간, 카이로스



지금 내게 너무 중요한 것은 여유를 늘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이다. 인생이 나 다워지는 것. 나의 자아와 내 삶이 일치되어가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크로노스의 시간을 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진짜 인생은 없는 인간의 생이 아닌 현상적 삶의 방식에서 멈추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인생이 쉽지 않는 것은 바로 이 작업을 오롯이 혼자서 스스로 꿋꿋하게 세상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게 카이로스의 순간은 너무 잘 나갔던 시절의 어느 한 장소의 하루에 일처리를 프로페셔널하게 하여 자신감이 충만했던 순간의 만족감이었다. 또 하나의 기억은 일생의 한 번뿐이었던 인연과의 어느 반나절의 시간이었다. 카이로스는 이 생에서 나라는 존재가 빛이 나는 순간, 내가 진정 이 생에서 살아있다는 정체성과 실체감을 오롯이 온전히 만끽하는 주연의 순간이었다.




# 소명을 확인하는 순간, 카이로스



또 다른 카이로스의 순간은 소명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나는 세 번의 재회의 과정이 있다. 한 번은 교회 고등부 교사를 인간관계의 회의감으로 그만두었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던 과정이었고, 가장 최근에는 2년 전 다시 만나게 된 리더와의 이별이었다. 그때 리더는 정말 많이 울었다. 회사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현재 있는 곳을 폐쇄하고 다른 방식의 마케팅을 하기 위해 경기도권을 벗어나 서울로 이전을 진행했고, 경기도권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이 생기는 상황 때쯤, 나 역시도 유리 멘탈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사하고 집에 와서 소리 내며 울었던 기억이 또렷이 저장되어 있다.



또 하나의 마지막 재회의 내용은 작가의 꿈을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다.

벗어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소명이 아니다. 개인의 특성, 특질 그 운명에 주어진 어떤 사명 같은 것이다. 작가의 꿈을 다시 꾸게 될 수밖에 없는 것도, 리더와 다시 만나 축제의 마감을 하며 스타트를 하게 된 것도, 고등부 교사를 다시 기쁘게 하는 것도 자신과 특성, 특질과 일치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번 헤어진 연인은 다시 만나도 헤어진다는 것처럼 두 번째에 제대로 완성된다는 것은 극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이로스는 인연이자 소명을 자각하게 하는 예언 같은 것이었다.




# 드디어 그 시간의 상처에서 벗어나다



2년 동안 리더를 지켜주고 같이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기도를 해오며 지내왔다. 그것은 의무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오늘은 다시 만나서 첫 달 마감을 하였고 결과는 목표를 달성하였다. 직원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자기의 목표를 위해 온 에너지를 쏟아 부었으며 여기에 어떠한 의심도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지키고 싶었고 이 조직을 지키고 싶었다. 이 공동체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간, 바로 이 시간이 카이로스의 순간이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죽음까지 가져가는 순간을 맞이한다.


너무 신나하며 춤을 추시는 리더를 보며 나는 감격스러웠다.

2년 전 나의 상처의 기억에 오늘이 덧입혀졌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드디어 그때의 상처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이해할 수 없었던 그때의 헤어짐이 오늘 이해가 되었다. 그때 우리는 어떤 시류에 휘말렸고 또한 그 세찬 폭풍을 견디기에 너무 여리고 나약했었었다. 그 사이동안 우리는 많은 경험과 고뇌 속에 성장하여 서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역시나 인생이 주는 여전한 우여곡절 끝에 기쁘게 오늘을 마감했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며 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인생이었던 것이다.




# 두 번째 만나는 재회가 주는 싸인



또 언제였을까 자잘 자잘한 순간순간의 챕터가 저장되어 있지만 이 시간들이 모두 여유라는 이름 속에서 쌓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음은 달리지 않고 몸만 움직이거나, 마음도 몸도 편안히 이 순간을 느낄 때 그 순간은 카이로스에 입력되기 시작한다. 그 순간이 인생이라는 역사에 기억되는 것이며 훗날 눈을 감을 때 그 순간만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해되지 않는 어떤 것들은 때로 아주 나중에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는 소명을 거부한 사람이었다. 운명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 인간이었고,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고 될 수 있다고 자신하던 시간이 있었다. 나의 이론은 과거를 다시 재회하게 됨으로써 그것의 반복의 경험을 거치면서 부셔지고 직접 그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소명이 있다는 것을...




# 나의 지금은 자아가 진정 원하는 곳인가



그 소명을 느끼지 못하면 인생은 허무하게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계속된다. 인생이 계속해서 과거를 다시 반복하게 하면, 여유를 가지며 주의하고 깊이 느껴 그 상황에 있는 자신 마음의 본질을 탐구해야만 한다.

인생이 주는 어떤 싸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탐구에 너무나 인색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반복을 통한 재회를 통해서만 그 운명을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그런 하루는 살아있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 순간 만으로도 너무 좋은 것이다. 우주의 규칙적인 이 설계도와 규칙 속에서 나의 큰 틀에서의 인생도 짜인 어떤 운명이 이 세계속에 편입되어 있다는 것, 규정되어 있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말할 수 없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나는 여기서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인간은 의심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분별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번으로는 그것이 운명인지를 알아채지 못한다. 마음이 끌리는 곳이 어디인지를 이별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 질문하며 사는 사색의 삶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가고 있는 이 길을 자아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가...

마음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계속 묻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인생의 시간이다.


여유 없이 살아가서 더 좋은 것은 없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자연에게 눈을 돌려 지금을 감상하며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을 하는 것은 끝없는 인간에 대한 물음이다. 물음속에서 자아을 발견하며 세상에 발현해 나가는 것이 인생이다. 변함없지만 변하는 사계절은 우리에게 매일 새로운 기운을 주고 바람을 느끼며 잠시 멈추며 인생을 음미한다. 여유라는 것은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일 수 있는 위대한 자아로 나아가는 통로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