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한 어느 저녁밤

by miel






나의 오늘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우울한 것 같기도 하다. 해가 늬엇늬엇 어스름에 저물어 어두워지듯이 감성적이 되어가는 시간. 이런 날은 그저 브릿팝을 오아시스부터 콜드플레이까지 틀어놓고 이 시간을 즐기는 밤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구나. 무엇을 즐기고 있는가... 이 순간 이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이 휴식시간에 음악에 따라 떠다니는 나의 마음을, 나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내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는 시간.






일상은 과거에 비해 말할 수 없이 발전하였고 성장하였지만, 여전히 인생이라는 짐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기에 의식하지 못한 어깨는 뭉쳐서 계속 뻐근거렸다. 긴장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었다. 계속 어깨 운동을 하며 하루를 보냈지만 좀처럼 낫지 않아서 파스를 붙였다.


일상의 고단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꾀 오랜 시간을 걸렸으니, 인생이란 것을 본격적으로 마주할 때는 40부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보다 나를 더 과신하고 위험한 길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이, 편안한 길만을 찾아다니다가 수많은 시간들이 흘렀고 20년 정도는 헤매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좀 더 오래 걸렸던 게 맞다.






좀 더 오래 걸렸던 것은 너무 깊게 들어가서 헤집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인생의 본질부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사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어서 꾀나 무의미한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무엇을 위해 끝장을 보기 위해 살지 않았다. 언제든 나는 떠날 준비를 하며 살았다. 어쩌면 내가 가장 행복한 곳이 어딘가를 찾아 헤매었던 것 같다.


직장에서 누구나 그렇듯이 근무하며 성과를 위해 달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글을 쓰며 소외되었던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좀 더 나은 대안을 찾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사는 삶.

나는 내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가...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는가...

그래,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삶이다.






더 다른 것들을 찾을 만큼 찾아봤으며 더 높은 것들을 기대할 만큼 기대했으며, 지금 이곳이 지금 여기가 나에겐 가장 알맞고 최선이라는 것을 이제 인정해도 된다고 말이다. 더 이상 방황할 시간이 이젠 남아있지 않았지만, 뭐 더 신비스러운 것이나 호기심 같은 것이 없어진 상태이다.


이제 더 나은 것이나 더 다른 것들은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이것이 최선이라고 말이다.

사실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구경하였고 찾아 헤매었고 실컷 세상을 구경했으니 뭐 더 바란다는 것도 욕심이며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어떤 경험을 하지 않았다고 후회하진 않게 되었다.

후회 없는 삶을 살 자신이 생긴 것이다.






어쩌면 이제는 인생의 외피가 어떠하든 간에 죽을 만큼 견디지 못할 곳이 아니면, 선택지가 많지 않은 자에게는, 어느 곳이든 그곳에서 얼마큼 인생을 누리며 풍요롭게 살아가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다. 이제 나는 더이상의 방황을 끝내기로 내안에서 결의한 것이다. 그로써 인생의 틀이 이젠 확정되었고 고정된 것이다.


이제는 무언가 지금 형성된 틀들에 대하여 끝장을 보아야 할 때가 왔으며, 나는 그것들을 내 세포가 무의식 속에 계속 주입시키고 있다. 바로 그것을 알았다. 인생이란 것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방황의 시기를 끝내고 이제 안정기에 들어가는 기분이란 내 인생을 전체를 알아버린 느낌 같은 것이다.






알지 못하는 길을 헤매는 느낌보다 인생을 들어다 보며 관조하는 느낌은 더 근사하고 멋지다. 사실 나는 그래서 나이 드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나름의 지혜라는 것이 생겨 실수를 덜하며,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하며 가는 기분은 좀 안정감 있고 인생에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든다.


물론 다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얼토당토 않은 길로는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너무 허황되지 않아 너무 실망할 것도 없고, 너무 큰 욕망에 매달릴 일도 없는,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크기보다 횟수라는 말은 진리이다.






사람들은 큰돈을 벌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멋진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여행하며 일 안 하고 살면 행복할 거라고 노후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이기보다는 큰돈에 휘둘리지 않고, 멋진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가끔 여행 다니는 삶이 더 행복해 보였다.


나는 큰돈을 벌고 싶지 않다. 나는 멋진 사람을 만나려 애쓰고 싶지 않다. 나는 여행만 다니고 싶지 않다.

적당하게 먹고 살만큼의 재화와 내가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어 소중한 사람들과 삶을 함께 하며,

가끔 여행 다니는 행복을 누리고 싶다.

인생이란 적당한 고통과 휴식을 통한 힐링의 반복. 해가 뜨고 지듯이 지구가 자전하면서 공전하듯이, 그렇게 나이테를 채워가면서 인생을 음미하며 가는 것이 가장 평범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