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젠가부터 인생에 보이지 않는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너무 깊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모두 찾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 법칙을 찾는 방법은 두 가지였는데 경험과 사색으로 깨닫게 된 통찰이라는 것이다.
2.
인생에는 몇 가지 틀이 있다. 그 틀은 굉장히 중요하며 삶의 근간이 되는 것들이며 무식하리만치 단순하며 강압적이고 절대적이다. 먼저는 건강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둘째는 안정된 직업이 있어야 하고, 연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이 세 가지가 이루어지면 인간의 삶은 안정적인 단계로 접어든다. 모두 갖춰지지 않으면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없으며 발전하고 성장하는 삶도 불안정하고 이성적이지 않는 관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대다수 누구에게나 평균적이고 일반적으로 갖춰진 조건이 없는 것.
그 자체로 갖는 결핍감은 이성을 마비시키곤 하기 때문이다.
4.
이른바 최고의 정신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성을 초월하는 단계이기 때문인데 자신의 존재성을 초월하는 것은 더는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상태인데, 족함을 알고 만족하는 단계라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5.
내가 그토록 연인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던 이유는 바로 이 지점 때문이었다. 직업이나 신앙이나 개인적인 사유의 영역에서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은데 계속 그 결핍감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 어느 순간이 되니 각각 분야에서 깊어지는 것이 아닌 정체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6.
어쩌면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성 관계에 대한 본질과 특성을 알게 되고 다른 인간관계와 무엇이 다른지를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를 알아가게 되고 자신을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연을 만나는 데 있어 더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7.
내년에는 더욱 직업 속에서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사실 다른 인간관계에 소홀하기도 했다. 그건 아마 내가 목적 지향적인 성향을 보여서 인 것도 같다. 도움을 주어야 할 다른 동료들이 있을 때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인간의 유약함은 자신이 행복하거나 안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을 순수하게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안정감이 생기면서 나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8.
주일교사로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감이 생겨났다. 마음은 어디서나 늘 분산되어 있었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인생은 늘 불안하고 중심이 세워져 있지 않고 타인의 시선이나 타인의 성과에 관심을 둔다.
9.
또한 글을 본격적으로 다시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그동안의 나의 글은 자신의 결핍감으로부터 출발한 인생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이었다면 이제는 나를 떠나 타인의 삶 속에서 또는 심리, 철학 외에도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할 수 있는 온전한 몰입이 가능해졌다.
10.
인연을 만나기 위해 쏟던 에너지가 더이상 필요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연인에 대한 충실함은 여전히 가져야 할 에너지이다. 내 생각엔 연인에 대한 에너지를 더 이상 쏟지 않고 다른 곳에만 에너지를 쓰는 순간 권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든 관계보다 가장 소중한 관계는 연인이며 부부이다. 자녀나 부모님은 그다음 단계이며 그것이 인생의 법칙이기도 하다.
11.
회사에서 직장동료들은 자녀들의 일상과 자신의 집안일에 대한 일들로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채운다. 그 일상적인 대화들은 아무런 화제성도 없고 깊이도 없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바로 안정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들은 누리고 있다.
12.
인생에 대단한 것이란 없다. 그저 대단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자신이 존재할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흥망성쇠를 맛보며 그 또한 솔로몬의 탄식처럼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다.' 는 것을 60쯤이 되면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13.
그런데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살아있는 이유는 어제보다 인생의 법칙을 조금 더 알아가고 지적 성장과 성품의 성장 속에서 더 나은 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비록 헛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자신의 성장은 헛되지 않은 것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14.
물론 우리는 결국 언젠가는 모든 것이 사라지지만 주어진 인생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인간은 자기 인격과 지혜의 성장이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며, 자존감과 자긍심이 되기 때문이며, 마지막에 정체성은 타인에게 혹은 개인의 역사에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