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아예 오지 않는다. 두 달째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12시까지 자습 감독을 하고 잤던 습관이 원래 규정대로 10시 반으로 바꿨는데도 새벽 1시 50분인 지금.
전혀 졸리지 않다. 이쯤 되면 수면 음악이나 델타파나 빗소리 그 어떤 것도 불가항력인 불면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혹시 글을 쓰는 창작의 시간을 주시기로 작정하신 건가....
사실 근무시간이 오후 6시부터 아침 10시까지라 바뀌는 것은 예정되어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화장실만 조심히 들락날락거리고, 내 머릿속은 온통 잡생각이 풍년이다. 잠자게 해 달라 기도까지도 무용지물이니 어찌할꼬...
그런데 신께서도 매우 곤란해하실 일이다. < 작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빨리 자게 해 달라는 것은 약간 모순이 있는 것이 아니신가 > 하시면서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주간에 글을 쓰고 밤에는 수면을 하였다고 하는데, 나는 밤에 글이 더 풍성해진다. 어쩔 수없이 이 시간에 건설적으로 글을 쓰고, 너튜브를 보며 지식의 바다와 드라마의 바다에서 수영하고 놀기로 한다
# 10년을 버틸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그중 계속 생각되는 것은 과연 이 직장을 10년을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어찌 됐건 이곳에 붙박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직장을 구한다고 해서 더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있는 기회는 내 조건에서는 애석하지만 흔치 않다. 그동안 적응하기 위해 겪은 시간들이 아깝지 않기 위해서라도 긍정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견뎌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 무슨 방법이든 한다고 다짐하는 밤이다.
가장 오래 다녔던 곳이 어디었더라.. 보험회사였다. 삼십 대였고, 처음 보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낯가림 따위 개나 줘버려 > 아마 이런 심리였다
성공을 향해 초고속으로 질주했다. 스케줄대로 무조건 사람을 만나고, 그 회사에서 TOP 10 안에 들 정도로 가장 잘 나갔던 시절까지 올라갔는데, 그때 내가 한 것은 성공을 향한 집중과 몰입이었다.
그럼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집중하고 몰입할 것인가...
다른 관점으로 보면 어쩌면 이곳은 작가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두 달 정도 직장에 대한 애정을 가졌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사랑할 정도의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작가를 준비하기에 이렇게 좋은 조건의 직업을 만난 적은 사실 없다. 운동을 매우 싫어해서 걷기 운동이나 겨우 했다. 매일 피곤해하고 저질체력인 나는 다른 직장에 다닐 때는 침대에 엑스레이만 찍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주간에는 자유시간이다. 뭣하면 지금처럼 새벽까지 글을 쓰다가 잠들어도 오전에 업무가 끝나면 잠을 자면 된다. 물론 정말 습관이 되면 안 되겠지만.
그래 이곳은 글을 쓰기 위해 주어진 장소일지도 모른다. 이곳은 유일하게 집중해서 근무하면서 글을 써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다. 다른 곳에 가면 또 글을 쓰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면 작가의 꿈은 영영 인생에서 사라지고 내가 눈을 감을 때 회한으로 남은 채 눈을 감게 될 것이다 불행한 인생으로 사라지겠지.
그러니 인내와 오래 참음이여!!
이제 내 곁에 와주시게 나는 이제 지쳤다네 지금이 기회이니 말일세.
# 이상과 현실 사이 간극 메우기
일의 요령을 배우고, 상부의 지시에 따르면서 정말 아닌 것은 조용히 내 의견을 개진하는 선에서 이젠 멈추기로 한다. 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 불협화음을 만들고 싶지도 않고 감당할 힘도 없다.
알고 있지만 어떤 문제는 지금은 해결될 수 없을 때도 있다. 모든 변화는 환경적 요인과 서로간의 합의라는 동의와 타당성 있는 조건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절대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은 없다.
이 직장에 와서 불협화음과 고통들의 시간이 지나고 나의 자존심과 교만과 성급함과 고집이 잘려 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또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관점일 수도 있다. 사람은 고통 속에서 깎아진다.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나의 존재는 스스로 세웠던 자존심과 교만으로 버티어 왔었던 것 같다. 이곳에 와서 나는 사정없이 깎이고 있다.
이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소중한 꿈을 위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인생은 여기까지 나를 몰아붙이고 있다. 지금은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다. 가장 잘 견디는 방법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인 책을 읽고 책에 집중하고 몰입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온전히 나로서 위로받았던 그 순간들...
늘 생계가 급해 쓰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았던 삼십 년의 시간들을 기억하라.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무언가 풍성해져있을을 직감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렇게 비루하게 보낸 시간으로 조금씩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 내성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평생을 우려먹을 수 있는 곰탕 같은 것인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이 정도로 부족한지 몰랐던 것이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완전 천지 차이다. 그것으로 더 나아지고 더 현명해져서 살아갈 것이다. 내일 아침처럼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 호재인 것이다. 당장 너무 쓰더라도 약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으로 보면 사실 불행하지도 않다 세상엔 힘들게 사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아마 배부른 소리 말라고 무직자나 취업준비생이나 어르신들은 나를 한심해할 것이다
그러니 자! 나 자신이여!! 다짐하고 다짐하고 다짐하자. 다른 사람의 말, 시선 따위 신경 끄고 이제 신명 나게 춤추자 아무 상관없다고 그저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외쳐라. 나에게는 희망이 있고 꿈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조건은 작가가 되기에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진 실현 가능한 곳이다.
# 그럼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고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니 잠을 포기하고 휴대폰에 방학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작가 신청을 할 계획이어서 콘셉트를 생각하다가, 글의 콘셉트와 목차가 계속 써지기 시작했다. 3시 반이 넘은 시간이다. 그동안 살면서 생각했던 단상들인가.. 저장하지 않는 문장인데 생각지도 못한 살면서 축적되었던 나름 매력적인 문장들이 나왔다.
기분 좋은 신비한 경험을 하였다. 오늘 이 새벽에 나는 작가 신청을 할 수 있겠다고 낙관했다. 확실한 것은 낮보다 밤에 나의 내면에 더 깊게 들어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내가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최고의 새벽 불면의 시간이었다.
앗. 잠깐!! 얼마 전 내가 인문고전을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났다. 너튜브를 검색하여 인문고전을 검색하니 유토피아가 나왔다. 낮고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상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흘러나왔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아마도 삼십 분 안에 잠들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나는 인문고전 오디오 북을 들으며 30분 안에 잠이 들게 되었다.
와우!! 불면의 밤을 해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