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조절에 성공하였습니다

by miel

<거리 조절에 성공하였습니다> 라는 문장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완벽한 성공은 있을 리가 없다. 관계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더 멀어지지도 더 가까워 지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되뇌었다.

가까워졌을 거리였다면 이미 거리 조절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 세명의 소울메이트


나에게 소울메이트 세 명이 있다.

한 명은 두 살 아래 동생이다. 알게 된 지 20년 조금 안된 진취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걸 크러쉬다. 나를 일부러 맞추지 않는데도 대화가 잘 통한다. 일단 성향이 비슷한 부분은 자아가 강하다는 것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모습과 의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멋진 친구이다. 그 사이 서로 형편이 어려웠던 시기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받지 못했어도, 서운하지 않았고 그럴만한 상황이 있었다고 믿었다.

나 만큼이나 풍파를 겪고 이젠 큰 틀은 안정이 되어서 행복을 공유하기에도 충분히 많은 공감대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또 한 명은 내가 가장 힘들 때 직장에서 만났는데 지금도 십 년 전 언니를 만났을 때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나보다 열한 살이 많은 언니는 인생이 행복이라는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인위적이지도 않았고 형식적이지도 않았다. 들의 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 언니도 역시 인생을 힘차게 걸어온 사람이었는데 머리가 굉장히 좋고 이과적 성향이었다. 감성주의자인 나와 반대 성향인 그 언니에게 인생의 조언을 받았다. 물론 이 언니에게서는 자존심이 뒤집어질 때가 많았다. 그러나 쓴 약은 인생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고 실질적으로는 아파트를 청약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은인 같은 언니이다.


또 한 명은 나와 동갑이다. 최근에 알게 된 친구는 신기하게 인텔리적인 인생을 살았더라도 생각이 통할 때가 많다. 이 친구도 자아실현 욕구가 굉장히 강하고 선한 친구다. 교회의 직분도 같아 고민의 영역에 공통점이 많다. 정말 착한 신랑이 만났는데 7년 정도 아픔의 시간이 있었단다. 인생에 누구나 고통이 있는데 고통으로 성장하는 사람도 있고 고통 속에서 그냥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고통 속에서 성장하는 방법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틀에서는 고통이 극복되지 않는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껍질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데서 새로운 성장이 조금씩 다가온다.


이 세명은 지구에 사는 이방인 같은 나를 붕붕 떠다니지 않도록 뿌리를 내리게 해 줬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몇 명이면 충분한 것 같다. 그 몇 명과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사실은 더 큰 관건이다. 세명은 각기 다른 내 삶의 영역에서 도움을 준다. 첫 번째 친구는 위로의 친구이다. 마음에 스크래치가 생겼을 때 그 친구가 가장 생각난다. 그 친구는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나를 무조건 옹호한다.

두 번째 언니는 나를 이성적으로 바라본다. 내가 주관적인 감성에 빠져 아주 이상한 길에 접어들지 않도록 객관적으로 나를 파악해준다. 가장 어렵다는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도,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리드해야 된다며 따끔한 말을 해줬던 언니다.

세 번째 친구는 동질감이다. 내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삶의 어려움들을 나눈다. 그것은 해결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품고, 안고 가야 하는 문제들이며 그 짐을 기꺼이 짊어진 친구이다. 그러면서 지혜롭게 자기 계발이 가장 우선적이며 선함을 향해 자아실현을 하고자 한다. 흔치 않은 유형인 MBTI도 나와 같다.


# 인생이 만들어 준 인연


삶을 살아내면서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진 관계들에 나는 감사하며 그 관계로 인해 안정한다.

살면서 많은 사람과 코드가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세명의 인간관계를 너무나 소중히 여긴다. 쉽게 만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면서 무수하게 많은 사람과 만난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정말 조심스럽다.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날 때 상대의 말을 먼저 듣고 그 사람의 성향에 맞는 대화가 중요하다. 가장 무난한 대화는 상대를 중심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나누는 대화이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다. 이 사람과 내 생각을 나눌 수 있는가이다. 그것이 삐그덕 거리면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한다. 나를 위해 타인이 변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세계는 단단하고 촘촘하여 사람으로 인해 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간의 보통은 시련을 통해서 어쩔 수 없이 변화하게 된다.


# 거리조절, 인생의 핵심


현대시대의 인간관계의 적정한 거리두기는 삶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사직서를 쓰는 이유는 인간관계의 거리두기 실패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완전히 완벽한 인간관계를 갖고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관계로 인하여 인생의 중요한 거취가 결정되지는 않도록 애를 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 직장에서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상대방의 의사에 호응하는 것을 적절히 해주는 것을 권한다. 계속 맞춰주는 대화는 너무 많은 스트레스가 쌓여서 스스로 화가 나버릴 수 있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한다.


대화가 길어지면 실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친절하고 부드럽게 개인적인 일정을 언급하여 더 이상 대화가 어려움을 말하여 다른 상황으로 옮기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딪혔을 경우에는 < 아 그렇군요 > 동의를 하며 상대의 좋은 부분을 칭찬하고 상황을 종료한다. 솔직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당신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요라는 무언의 느낌은 상대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미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행여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마음을 터놓고 친밀해지려고 시도 할수록 상황이 더 나빠진다. 진실한 대화는 관점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확인이 되면서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증명하며 더욱 관계를 악화시킨다. 인간관계는 의도할 수록 그닥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상황이 종료되면 빨리 마음속에서 그 상황을 빠져나와, 좋아하는 것에 혹은 몰입할 수 있는 곳으로 관심을 옮겨 뇌에 다른 상황을 입력시켜주어야 한다. 그래서 전 상황을 깨끗이 잊을 수 있다면 좋다. 그렇다고 상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와 다른, 많이 달라서 대화가 통하지 않을 뿐이다. 이 훈련을 계속하면 점점 더 충격이 완화되어가고, 시간이 흐른 다음엔 조금씩 타격이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훈련을 계속하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면 좀 더 나아진 내가 만들어진다. 인생은 크고 작은 실패의 연속이다. 지구라는 공간을 우리는 공유하고 있다. 내 소유도 타인의 소유도 아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줄 권리도 나에게 상처를 줄 권리도 없지만 우리는 늘 상처를 주고받는다. 단지 조금 덜 상처받기를 바라고 노력할 뿐이다. 내일은 조금 더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