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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Aug 08. 2021

마음만 먹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1년동안 갖은 핑계를 대고, 육지에 가지 않았다. 

나는 제주에 살고 있다. 

코로나 덕분에(?) 시댁에도 가지 않고, 친정에도 가지 않았다. 


엄마가 대장암 진단을 받자마자. 

나는 단번에 엄마에게 달려가려고 짐을 쌌다. 

1년동안 가지 않았던 나도 참 무심하고, 한심하구나. 

마음만 먹으면 1시간이면 비행기를 타고, 30분이면 친정에 도착한다. 


병원에 있는 엄마에게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입실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친정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모든게 다 비현실적이다. 


엄마가 사는 아파트 옆동에 다행히 둘째 언니가 살고 있는데, 

나는 언니가 있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더 무심했던 것 같다. 


많은 생각이 짧은 순간에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아침 코로나 음성 확인 문자를 받고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보호자로 들어갔다. 


엄마는 생각보다 침착했다. 

나 역시 호들갑 떨지 않고, 엄마와 마주했다. 

우리 모두 입 밖으로 슬픈 말은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매 순간순간, 엄마를 볼 때마다 울컥한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오는 짧은 거리인데. 

나는 참 무심하고도 한심한 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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