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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Aug 08. 2021

오래도록 기억될 이 순간

엄마 덕분에 나는 이렇게 엄마와 마주하고 있다.


이 순간은 오래도록. 

두고두고. 나의 마음 속에 새겨질 순간일 것이다!


병원 생활은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녹록치가 않다. 

불 꺼진 시간이 편안하지도 않고, 

덕분에 엄마와 나는 해가 뜨는 시간보다 먼저 눈을 뜨기도 한다. 


엄마는 내가 없는 며칠동안 이 무료하고, 고된 시간을 어찌 지냈을까. 

또 다시 마음이 뭉클하다. 


답답해하는 엄마에게 아침 산책을 제안해본다. 

병원에서 산책이래봤자 병동 한층을 걷는다거나. 

삭막한 병원 로비나 한바퀴 돌고, 편의점에 들렸다 오는 것 뿐이겠지만. 


다행히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중앙 정원이 조그맣게 있다. 


엄마의 팔짱을 끼거나. 

엄마의 손을 잡거나. 

엄마와 최대한 밀착해서 엄마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어 산책을 한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 시간. 이 무드.....나에게 각인되고 기억될 것이라는 걸! 


초여름의 새벽은 맑고도 쾌청하다. 

그리고, 늘 시끌벅적하고 환자와 의사와 간호사와 일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큰 병원은 고요하고도 고요하다. 


엄마와 걸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잠시 벤치에 앉아 또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지가 얼마만인지 사실 기억이 가물하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한 없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엄마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엄마 덕분에 나는 이렇게 엄마와 마주하고 있다. 


엄마도 나도.

병원에 있는 동안 서로에게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 

그리고, 두런두런 서로 아무렇지도 않게 수다를 떤다. 


초여름의 새벽 공기. 

삭막하지만 조용한 병원의 정원. 

그리고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고, 간간히 웃던 기억. 

이 순간은 이미 나에게 각인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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