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미 Sep 04. 2021

삼겹살을 사서 집으로 간다

퇴근 후 소주 한 잔은 옛말




밥 한 번 먹자~

소주 한 잔 하자~

이런 약속은 옛말이 되었다.






퇴근 후 소주 한잔은 직장인의 즐거움이기도 하고

고민상담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한 자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서로 엉킨 부분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고마운 시간,

이제는 그 시간이 너무나 귀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내가 하고자 한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되었고

상대가 원한다고 받아줄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코로나의 존재는 우리의 일상을 통째로 흔들며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그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기다리며 지치고 힘들지만, 잘 견디는 수밖에 없음이다.






금요일이면 가볍게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할 때도 있었고

주중에라도 힘이 빠지거나 기운 나는 일이 없을 때는 퇴근 후 삼겹살을 먹으며 힘을 얻기도 했다.


금요일이라고 특별하지 않은 요즘, 주말을 앞둔 즐거움마저 사라지고 있다.

일주일이 똑같은 일상, 이제는 집에서 즐기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삼겹살을 사서 집으로 간다.

식당으로 가야 하지만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기 힘든 현실이다.

먹지 못하는 나도 힘들지만, 먹이지 못하는 식당들은 더 힘들 것이다.






마늘과 양파를 잘라 삼겹살과 함께 굽는다.

상추와 깻잎을 준비하고 간혹 호박잎이 출연하기도 한다.


된장과 고추장을 섞고 청양고추를 넣어 매운 쌈장을 만들고

지글지글 노릇하게 잘 구워지기를 기다린다.

온 집안에 냄새를 퍼뜨리며 삼겹살이 잘 구워졌다.


상추 한 장 깻잎 한 장,

마늘 하나 양파 하나,

그리고 잘 구워진 삼겹살 한 점에 쌈장을 얹고

야무지게 한쌈을 입안에 넣는다.


퇴근 후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 맛은 아니지만 이 맛도 좋다.






일상을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요즘,

사람 만나는 것이 염려스럽고

누구와 밥 한 끼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


밖에서 보냈던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고기를 먹는 일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일상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퇴근 후 삼겹살을 사서 집으로 간다. @단미

 


매거진의 이전글 <출간 소식> 여름이야기, 전자책 드디어 나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