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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03. 2021

된장찌개와 육회

만들지는 못해도 육회를 좋아합니다


육회 꽃이 피었다. 육회를 만들지는 못해도 먹는 것은 좋아한다. 자주 먹는 고기는 삼겹살이지만 소고기를 좋아한다. 어쩌다가 입이 고급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돼지고기보다 소고기가 더 맛있는 걸 어쩌란 말인가. 소고기보다 돼지고기, 돼지고기보다 오리고기가 몸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입에서는 오리보다는 돼지, 돼지보다는 소고기가 더 맛있다.




육회




그 옛날 가난한 살림이라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시는 엄마의 식성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어릴 때부터 고기는 접하기 힘들었다. 동네잔치를 하는 날이면 마을에서 돼지도 잡고 소도 잡아서 집집마다 한 덩이씩 나눠서 가져가는 풍경을 보며 자랐지만, 우리 집에서는 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없다.



그러다가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한 스물셋의 나이에 처음으로 고기 맛을 알았다. 처음 회식이 있던 날, 고깃집에 갔는데 난 먹어본 일이 없으니 고기를 못 먹는 줄 알고 먹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거나 못 먹거나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회식자리에서 늘 먹지 못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해야 할까? 한번 먹어보자며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그동안 안 먹고 살았다니 이거야말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기상을 차려줘도 못 먹었으니 얼마나 원통할 일이란 말인가. 이제라도 고기 맛을 알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겠지만, 아무튼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그때부터 고기 사랑이 시작되었나 보다. 특히 처음 고기 맛을 제대로 알게 해 준 것이 소고기였으니 다른 고기보다 더 좋아하게 된 것은 당연하겠다.




된장찌개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점심으로 소고기를 먹기엔 부담스럽다. 식사를 주문하고 아쉬워서 육회도 추가했다. 꽃등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다. 고기 맛을 몰라서 줘도 못 먹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육회 한 접시가 반갑다. 날고기를 먹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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