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꽃이 피었다. 육회를 만들지는 못해도 먹는 것은 좋아한다. 자주 먹는 고기는 삼겹살이지만 소고기를 좋아한다. 어쩌다가 입이 고급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돼지고기보다 소고기가 더 맛있는 걸 어쩌란 말인가. 소고기보다 돼지고기, 돼지고기보다 오리고기가 몸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입에서는 오리보다는 돼지, 돼지보다는 소고기가 더 맛있다.
육회
그 옛날 가난한 살림이라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시는 엄마의 식성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어릴 때부터 고기는 접하기 힘들었다. 동네잔치를 하는 날이면 마을에서 돼지도 잡고 소도 잡아서 집집마다 한 덩이씩 나눠서 가져가는 풍경을 보며 자랐지만, 우리 집에서는 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없다.
그러다가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한 스물셋의 나이에 처음으로 고기 맛을 알았다. 처음 회식이 있던 날, 고깃집에 갔는데 난 먹어본 일이 없으니 고기를 못 먹는 줄 알고 먹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거나 못 먹거나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회식자리에서 늘 먹지 못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해야 할까? 한번 먹어보자며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그동안 안 먹고 살았다니 이거야말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기상을 차려줘도 못 먹었으니 얼마나 원통할 일이란 말인가. 이제라도 고기 맛을 알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겠지만, 아무튼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그때부터 고기 사랑이 시작되었나 보다. 특히 처음 고기 맛을 제대로 알게 해 준 것이 소고기였으니 다른 고기보다 더 좋아하게 된 것은 당연하겠다.
된장찌개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점심으로 소고기를 먹기엔 부담스럽다. 식사를 주문하고 아쉬워서 육회도 추가했다. 꽃등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다. 고기 맛을 몰라서 줘도 못 먹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육회 한 접시가 반갑다. 날고기를 먹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