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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Sep 30. 2021

그 해 가을은 행복이었다

가을소풍


가을 소풍, 그 단어만으로 설렌다. 어린 시절 소풍은 걸어서 멀리까지 가야 했기에 작은 체구에 힘든 여정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풍 가기 전날에는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잠들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왜 그렇게 멀리 갔을까? 아니면 어려서 멀게 느껴진 것이었을까? 단체로 소풍 가는 모습을 보기 힘든 요즘 상황에서 보면 추억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3년 전, 어쩌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우리도 소풍 가자고 누군가 툭 던진 말에 모두가 하나 되어 떠났던 경주에서 보낸 1박 2일의 시간은 우리들의 행복한 가을 소풍이었다. 의견이 나오고 바로바로 막힘없이 진행되는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며  모두가 즐거워했었다.



서울역에서 만나 아주 오랜만에 기차여행을 하는 우리들, 어릴 적 수학여행을 다녀온 기억을 되새기며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속닥속닥 즐거운 수다가 계속되었다. 경주에 도착하여 남산을 올랐고 교촌마을과 월정교를 둘러보았으며, 동궁과 월지를 걸었고 야시장을 돌며 다양한 먹거리를 보며 행복해하기도 했다.








야시장에서 양손 가득 사 온 먹거리를 신문지 위에 펼쳐놓고 먹었던 저녁은 정말로 꿀맛이었다. 맛있는 음식도 좋았고 음식에 곁들여진 맥주 한 잔도 아주 좋았다.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하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고 때론 진지하게, 때론 농담처럼 마음을  주거니 받거니 나누었던 허물없던 시간이 더없이 좋았다.



경주에 왔으니 석굴암과 불국사는 꼭 가봐야 했지만, 시간 관계상 석굴암은 포기하고 불국사만 보러 가야 했던 일, 어릴 때 수학여행에서 보았던 기억 속의 불국사와 너무 달라 보여서 놀랐던 일,  웅장하고 커 보였던 불국사의 모습이 아주 작아 보여서 실망스러웠던 기분을 처음 가본  파도소리길, 문무대왕릉, 부채꼴 주상절리를 둘러보고  예쁘게 꾸며진 해변길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시간으로 보상받았던 일 등등..



1박 2일 동안 부지런하게 다양한 곳을 구경하며 보냈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고 돌아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모두가 아쉬운 마음만 커져갔다. 서울역에서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경주로 떠난 가을 소풍은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가끔은 억지스러움도 있고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것마저 마음 편히 쏟아낼 수 있도록 진득하니 들어주고 지켜봐 주면서 함께 하는 사이,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더없이 편하고 좋은 사이가 되어 있는, 때로는 내 마음과 달라 서운해서 돌아서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가 차마 돌아서지 못하고 다시 찾게 되는 사이, 친구란 그런 것인가 보다.



저 깊은 곳에 자리한 속내를 다 알지는 못한다 해도 함께 하면서 편하고 좋다는 느낌만 있어도 분명 좋은 친구임에 틀림없다. 행복함이 가득했던 가을 소풍으로 마음이 촉촉해짐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한 페이지를 장식한 가을 소풍, 또다시 우정을 다지며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위해 함께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저 모든 것이 고마웠던 그해, 우리들의 가을은 행복이었다.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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