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해제되면 만나게 될 두 번째 얼굴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by 단미


마스크 해제가 마냥 반갑지 않은 나는,

마스크를 벗고 나면 만나게 될 두 번째 얼굴을 내보이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안면마비는 이렇게 또 다른 방법으로 마음가짐을 다지게 해 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마스크 착용,

안면마비 후유증,

실외 마스크 해제,

마스크 쓰기가 해제되어도 나는 그냥 계속 쓸까? 고민도 해봤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마스크를 벗는다는 것이 이렇게 큰 용기가 필요할 줄이야.








5년 전,

대장암 수술 후 두 번째 몸을 맞이하며

이보다 더 큰 아픔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아니, 그러길 바랐다.


그러나 50대 중반에 만나게 된 두 번째 얼굴은 곱게 봐주려고 애를 써도 예쁘게 봐줄 수가 없다.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는 두 번째 얼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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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잘 웃던 아이였다.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으나,

정말로 예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자라면서 멋 부리기 시작할 나이쯤이 되어서야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소리가 와닿았다.

타고난 뽀얀 피부 덕분이다.


잘 웃던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녀,

학창 시절에는 남학생에게 편지도 받아보았고

몇몇 남학생들의 짝사랑을 받아보기도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잘 웃는 사원이었고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소리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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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수술 후 5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이젠 완치되어 나도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되었구나, 생각했다.


온전하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암 수술 후 5년이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어느 날 찾아온 안면마비는 암 수술보다 더 큰 상처를 남겼다.

암은 수술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안면마비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도 모르고 이미 손상된 신경은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다.


안면마비는 회복되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회복된다는데 그 대부분의 사람들에도 속하지 못했다.


3개월, 6개월, 1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마음을 다지며 보낸 시간이 1년 반이 지났다.

이제는 원래대로 회복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일그러진 얼굴,

이제는 그 모습이 내 얼굴이다.

말을 할 때도 일그러지고

웃어도 일그러지고

밥을 먹어도 일그러진다.


웃는 모습이 예뻤던 얼굴은 사라졌다.

못생겨도 웃는 얼굴은 다 예쁘다는데

일그러진 얼굴은 웃는 모습도 일그러진다는 사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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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기 싫다.

사진을 찍는 것도 싫다.

일그러지고 삐뚤어진 얼굴을 대하기가 힘들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점점 자신감이 사라졌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주춤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곧 죽을병도 아니지만,

변해버린 얼굴은 생각보다 큰 상처가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상처는 커지고

세상에 나서기가 두려워졌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작아지는 모습을 견뎌내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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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마음과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힘겨루기를 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 그냥 받아들이자.

웃는 모습이 예뻤던 얼굴도

일그러진 지금의 모습도

다 내 얼굴이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얼굴에 미련 두지 말자.

지금의 내 모습을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도록

마음 다지기를 하자.


아직도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낯설지만,

결국에 받아들일 거라 믿는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써야 했기에

덜 아팠을 수도 있겠다. 마스크를 벗더라도 당당하게 내밀 수 있도록 두 번째 얼굴을 사랑하자.


차라리, 이만하길 다행이라 여기자.

그리고 다시 웃자.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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