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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미 생각
내 방이 있었던가?
내 방을 갖고 싶은 꿈을 꾸며..
by
단미
Oct 11. 2020
어릴 적에는 내 방이라는 것 자체를 생각조차 못할 환경이었다.
집은 좁고 식구는 많
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까지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어린 딸을 위한 방을 내줄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
다.
할머니랑 엄마랑 있던 곳에서 어디든 잠들면 그곳이 내 방이었다.
대부분의 환경이 그러했으므로 특별히 불평도 없었으며, 모두 그런 줄 알고 살았던 어린 시절이었다.
좀 더 자라면서, 동네 부잣집에 놀러 가 넓은 집을 보게 되면서, 아~ 방이 이렇게 많은 집도 있구나,
생각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형편이 조금씩 나아졌지만, 여전히 내방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언니랑 엄마랑 동생이랑 함께 공유하던 방이 있을 뿐이었다.
함께 생활하며 공유하는 곳이 내방이며 모두의 방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여전히 내방은 없었다.
미리 상경하여 자리를 잡고 있던 언니와 함께 지내야 했으므로,
언니가 생활하던 방에서 같이 지냈다.
역시나 좁은 방이지만, 시골에서 상경하여 두 개의 방을 구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언니랑 함께 지내는 것이 좋았고 불편하지도 않았다.
결혼을 했다.
여전히 내방은 없다.
결혼하고 시댁에 들어가 살면서 작은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아이 둘 낳을 때까지 부대끼며 살았어도 좋았던 기억으로 남는다.
아이 둘 낳고 넷이서 누우면 빈 공간이 없었던 좁은 방
, 내 방은 없었어도 그곳에는 오붓한 사랑이 있었다.
분가를 하고,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지만 여전히 내 방이라는 공간은 마련할 수 없었으며
남편과 함께 공유하는 방이 있을 뿐이다.
내가 자랄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좋은 환경에 넓은 방을 갖게 된 아이들은
그것이 또 당연스러운 줄 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고
그때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가족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은 갖추고 살아가게 되었다.
부대끼며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던 방에서 자랐지만, 그 방에서 보낸 시간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함께 지내며 주고받는 끈끈한 정이리라.
자기만의 공간을 갖게 된 아들 딸을 보면 방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싫어한다.
내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어찌 보면 너무나 개인적인 성향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마음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도 내방은 없다.
함께 살던 언니가 결혼하면서 떠난 언니의 방에서 내가 결혼할 때까지 혼자서 살았던 기간,
그때가
내 방을 가졌던 유일한 시간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내방을 갖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듣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가지며,
나 만을 위한 공간에서
온전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는
생각,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
는
소망이
커진
다.
아들이나 딸이 독립하거나 혹은 결혼해서 분가하거나
,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해야 내 방이 생기겠
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희박하
다
.
놀다가 잠든 곳이 내방이었
던
때도 있었고
단칸방이 내 방이
었
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랑으로 행복으로 추억으로 기억되는,
그곳은 모두 다 내 방이었다.
지금은 여전히 반쪽짜리 내방이지만,
온전한 내방을 갖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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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찬란한 계절에게> 출간작가
직장인,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일상을 적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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