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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03. 2020

나는 엄마도 아니다

자식이 아픈 것이 엄마 잘못은 아니잖아요,


"나는 엄마도 아니다"라고,

마음 아파하며 어릴 적 넉넉하게 키우지 못한 당신 탓이라며 가슴 미어지는 말씀을 하셨다고, 언니에게 전해 듣고 울컥하는 뭉클함으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누구보다 훌륭한 엄마인데 엄마도 아니라니..






있는 듯 없는 듯 순둥이처럼 자란 나는 셋째다. 언니는 맏딸이어서 먼저였고 오빠는 장남이어서 귀하게 대접받고 동생은 막내여서 챙김을 받았으나, 셋째인 나는 그냥 덤으로 생긴 자식처럼 중간에 낀 채로 잘 지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셋째의 설움이 있었던 것도 같다. 차별해서 받는 설움은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하는 셋째의 설움이랄까.


일찍 혼자되신 엄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우리 4남매는 말썽이란 것을 모른 체 순하게 잘 컸다. 부유하지는 않아도 억척스럽게 살아내시며 자식 위하는 그 마음에 보답하듯 누구 하나 어긋남 없이 잘 자랐다.


엄마의 생활력을 본받아 누구 하나 놀고먹는 삶이 없고 큰 부자는 아니라도 내 몫은 하면서 살고 있다. 막내가 갓난쟁이 때 홀로 된 엄마의 희생으로 자라고 성장하여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  젊은 나이에 닥친 암담한 현실에 버리지 않고 홀로 거둬주신 것만으로도 황송하거늘, 그런 엄마가 엄마도 아니란다.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할 때까지 엄마에게는 비밀로 했었다. 수술만 잘되면 걱정할 일이 없을 줄 알았으니까. 걱정 끼쳐드리지 말아야겠다는 짧은 생각이 낳은 잘못이었다. 수술 후 사실을 알렸을 때 그날 꿈자리가 사나운 것이 그래서였구나 하시며, 딸이 수술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며 마음 아파하신 것을 보고서야 후회를 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안면마비가 회복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적당한 시기에 알려드렸다. 엄마를 보러 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지 못한 핑곗거리도 마땅치 않아서 사실대로 말씀드렸더니, 또 당신 탓을 하신다.


어릴 때 잘 먹이지 못한 것이 이제야 나타나는 것이라며, 어렵게 살던 시절에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며 가슴 미어지는 말씀만 하신다. 어지러움증이 있었던 어린 시절, 아마도 빈혈이었나 보다. 그것도 못 먹인 당신 탓이라며 속상해하시고, 아기 때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십리를 업고 가서 치료를 했으나, 의료시설이 좋지 못했던 그 옛날에 염증으로 고생하며 죽을뻔한 고비도 모두 당신 탓이라고 하신다.


어려운 시절에 빈혈을 한두 번 경험하지 않은 아이가 있었을까, 어디 한 곳 아프지 않고 자란 아이들이 있었을까마는, 그 모든 것이 당신 탓인 것만 같다는 엄마가 짠하고 마음 아프다. 지나온 세월 속에 고비가 한두 번이었을까. 팍팍한 현실을 억척스럽게 살아내시면서 당신만 쳐다보고 있는 올망졸망한 자식들이 얼마나 큰 짐이었을지.. 세월이 지나 부모가 되어서야 그 마음을, 그때의 사정을 헤아려보았다. 나 같으면 벌써 도망가고도 남았을 현실이었다.





난 아픈 손가락이 되어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고 아직까지도 그것을 풀어드리지 못한 채 또다시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주고 있음에 내 가슴이 무너진다. 부모가 되었어도 부모의 그 깊은 마음은 감히 따라갈 수가 없다. 연로하신 엄마에게는 이미 나이 들고 부모가 된 딸인데도, 아직도 그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못해준 것이 더 많은 그 딸로 남아있나 보다, 여전히.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던 억척스러운 현실에서 가정을 지켜내며 이만큼 잘 키워낸 도, 4남매가 누구 하나 모나지 않게 잘 자 것도,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 것도 모두 엄마의 힘인 것을.


난, 어쩌면 좋을까. 엄마도 아니라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짠하고 애달프다.


자식이 아픈 것이 엄마 잘못은 아니잖아요,

부디, 오래오래 못난 딸과 함께 해주길 바라고 바랍니다.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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