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에 적힌 시간

by 단미

문득 생각해 보았다. 내 명함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입사해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져도 명함을 받지 못했다. 작은 회사의 사무직 여직원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회사 규모가 작아 그런 일은 애초에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시절에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는 일도 흔했다. 직원이 얼마나 오래 다닐지 지켜본 뒤에야 명함을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명함 없이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아마 1년쯤 되었던 거 같다. 지금으로 치면 수습기간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명함 한통을 받았다. 직책하나 없이 이름과 회사 이름만 적힌, 밋밋한 명함이었다. 그래도 그 명함을 처음 손에 쥐던 순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비로소 진짜 직장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명함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는 것이 없었다. 직책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의 여직원에게는 승진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다. 그저 '직원'이라는 이름으로 일할 뿐이었다.


명함은 있었지만 회사 안에서의 존재감이나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오래 머물기에는 마음이 자꾸만 흔들렸다. 결국 이직을 결심했고, 조금이라도 나의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돌아보면, 직원들이 오래 머물지 않는 환경이었기에 회사에서도 굳이 명함을 서둘러 준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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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일상을 적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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