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은 스쳐가는 정거장

by 단미

월급날, 나에게 월급날은 기쁘면서도 울적한 날이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하며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막상 월급날이 되면 텅 빈 통장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월급날은 한 달 동안의 수고를 보상받는 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채워지기를 기다리던 많은 것들을 채워주는 날이기도 하다.


통장은 스쳐가는 정거장이라고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서글픈 현실을 담은 표현이지만, 월급이 들어오면 그만큼 나갈 곳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통장에 월급이 입금되면 정거장을 스쳐 지나가듯 순식간에 어디론가 빠져나간다. 남은 잔액을 바라보고 있으면 허탈한 마음만 커진다.


그래서 월급날이 마냥 즐거운 날만은 아니었다. 어떤 달에는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런 달에는 월급을 받아도 남는 것이 없는, 말 그대로 텅 빈 한 달이 되고 만다.


작은 회사에서 많지 않은 월급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일은 늘 힘겨운 현실이었다. 그래도 그것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비록 받는 금액은 많지 않았지만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 월급은 한 달의 삶을 이어가게 해 주는 소중한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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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일상을 적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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