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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버스 Jan 02. 2024

도와달라고 말할때 까지


다음 회차를 맘 졸이며 기다리는 것이 싫어 드라마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유독 다음 편을 위해  일주일을 오매불망 기다린 프로그램이 있었다.

2022년 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해방일지”다.

주인공 구씨와 추앙이란 단어 하나로 마니아 층을 형성했던 드라마는 

모든 대사가 누구에게나 공감 할 수밖에 없는 명대사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이야기 안에서  유독 내게 임팩트 있게 다가왔던 주인공 염미정이가 한 말이 있다. 


남의 집에 말도 없이 들어간 염창희와 친구 두환은 

구씨의 집안에 놓여진 엄청난 양의 소주병을 발견하고 병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일을 마친 후 중간에 구씨가 들어 오고 

술병이 치워지는 광경에 

그는 싸한 안색으로 똥이란 말을 운운하며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민망해진 두 친구는

구씨의 행동에 황당해하며 일러바치듯 미정이에게 이야기 하는데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미정이는 이렇게 말한다. 

“ 도와달라고 했어?”(치워달라고 했냐고?)”


나는 좋은 의도라는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행동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까운 예로 

육아를 하면서 아이가 도와 달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 나이. 그 때에 맞는 새로운 행동을 하려 할 때 

먼저 아이를 도와 주겠다며 시도조차 못하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인을 만났을 때에도 

상대방은 자신의 넑두리를 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맘으로 

조용히 자기 이야기를 꺼냈을 뿐인데 

책임지지도 않을 어줍잖은 조언으로 

가르치려 하고 선택 또한 강요하려 들었다. 


해방일지에 술병 치우는 장면을 보고 미정이의 말을 듣고 

떠오르는 깨달음이 있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은 도움은 어쩌면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겠다고,,,


그 후로 나는 가급적 

친구들이나 지인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할 때면 

“아이구, 어쩌냐?”. “ 힘들겠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라며 

말하는 이가 정리 할 수 있게끔 간단한 추임새만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상대방은 맞장구를 치며 들어만 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달려들 듯 조언하는 것보다 

더 만족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내 아이에게는 먼저 도와 주는 행동이 제어가 안된다. 

오늘도 

아이의 의사는 전혀 고려치 않고 

아이가 보고 싶다는 영화의 티켓을 미리 끊어 놓거나

친구들과 함께 놀 장소를 미리 검색해서 목록으로 만들어 카톡으로 보냈다. 

아이들은 점점 커간다 

엄마의 반복되는 적극적인 도움에 

고마워 할 줄도 모르고 늘 시큰둥한 얼굴이다.

가끔 그 모습을 보면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상처도 받는다 


아이와 또 나를 위해 

나도 조금씩 먼저 행동하는 것을 줄이고 싶다. 

도와 달라고 말할 때 까지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싶다.

(출처jtbc 드라마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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