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출산 하고 피가 멈추지 않아 혼수상태에 빠지고
하루 반 만에 눈을 뜨니 중환자실 이었다.
종일 금식하고 통증 때문에 진통제와 몰핀을 수시로 맞았다.
쉬고자고를 1주일 동안 반복하다 조금씩 기력이 생기고
깨어있는 시간이 자는 시간 보다 더 많아졌을 때
나는 면회온 남편에게 수첩과 연필 , 책 몇권을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도 기적의 노트라는 이름으로 책장에 꽂혀 있는 수첩.
그때 중환자실 침대 위에서 기록을 많이 했었다.
소변 주머니를 몸에 차고 꼼짝 없이 누워 있어햐 했기에
자는것 책읽는것 기록하는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주로 중환자실에서 있었던 일, 일지를 기록했다.
내 침대를 주변으로 의식을 잃고 하루 종일 누워 있는 사람들과
그분들을 위해 열심히 불철주야 애쓰는 간호사들.
가끔씩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등장하는 무례한 환자들의 목소리
벽쪽 네모난 창문으로 드리워진 햇살과 나뭇가지들의 움직임들이
내 기록의 대상이었다.
그중 가장 많이 한 기록은
나의 마음상태와 신에대한 원망, 희망, 청원에 대한 기록이었다.
아마 그당시 연필과 종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기록하지 않고 천정만 바라보면서 버텼다면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생각으로 아마 정신이 반은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마음이 불안하거나 큰일이 생겼다 싶을 때 그 수첩을 꺼내서 나의 글을 읽어본다.
그리곤
"그때 내가 이렇게 힘들었었지?!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며
글을 쓴 과거의 나에게 위로를 받곤 한다
기록의 힘은 참 크다.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하는 것중
그만큼 생각을 찾고
또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은 없는거 같다.
( 이미지 출처 racool studio 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