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인터뷰] CTO 전민제 님 이야기
호모미미쿠스엔 어떤 사람이 일하고 있을까요? 세 번째 인터뷰는 CTO 전민제 님(이하 민제님)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첫 번째 인터뷰 보러 가기 ▲두 번째 인터뷰 보러 가기) 민제님은 꽤 진지한 캐릭터입니다. 평소 생각이 많은 게 표정에서 느껴질 정도죠. (feat. 미간) 쉽게 지나칠 법한 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기록하는 좋은 습관의 소유자기도 합니다. 호모미미쿠스가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협업이나 결과 공유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도 아프리카TV, 엔씨소프트 등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쌓았던 민제님의 노하우 덕분입니다. 민제님은 왜 규모가 큰 IT기업에 다니다가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됐을까요? 호모미미쿠스를 선택한 민제님의 기준을 함께 들어보아요 :D
요즘 핫하다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셨네요.
네, 제가 이과생이었고 컴퓨터공학에서 데이터 마이닝 같은 세부 학문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공학 분야에서 생각을 구체화하는데 가장 적합한 게 컴퓨터공학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건축과 같은 경우엔 설계는 혼자 할 수 있겠지만, 집을 완성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야 가능하잖아요. 컴퓨터공학은 비교적 효율적으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음악도 좋긴 했지만 그쪽으로 길을 가지 않게 된 건, 악기(기타)가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온전히 활용되고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잘 치진 못했지만 좋아하는 곡들을 카피할 수 있었고 또 내 생각이나 감정을 기타 소리로 만들어낼 수 있었거든요.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셨나요?
첫 직장이 아프리카TV였어요. 감사하게 신기술을 다루는 팀에 들어갈 수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서비스 중인 페이지에 기능도 추가해보고 사내에 도움이 되는 대시보드도 개발했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데이터 분석과 엔지니어링을 모두 경험하면서 많은 양의 채팅, 유저 로그를 다뤄봤던 거예요. 그다음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던 게임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을 했습니다. 엔씨소프트에선 많은 양의 게임 로그들을 분석해볼 수 있었는데요. 데이터에 기반해서 유저를 이해하거나, 비즈니스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규모가 큰 IT 기업에서 스타트업에 합류를 하셨어요
호모미미쿠스에 합류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하나로 꼭 집어 말하긴 어려운데요. 아무래도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건 대표인 선중님의 마인드와 호모미미쿠스가 다루는 자연모방이란 독특한 주제였던 것 같아요.
민제님의 마음을 움직인 선중님의 마인드가 어떤 건가요?
열린 마인드요. 호모미미쿠스에 정식으로 합류하기 전에 선중님 부탁으로 서비스 개발 일을 도운 적이 있었어요. 선중님의 기본 마인드가 '여러 명이 모여서 일을 하는 건,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함이다'더라고요. 저랑 선중님 외에 여러 분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선중님 덕분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어요. 초기에 혼자 그렸던 결과물보다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왔죠. 평소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동경했었는데 선중님과 일하면 그런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팀에 합류한 지 1년 반 정도 되셨는데, 합류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선택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고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방법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이 되도록 밀고 나가는 건데요. 호모미미쿠스에 들어와 팀원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적인 회사들에 계속 있었다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그런 면에서 호모미미쿠스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제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호모미미쿠스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 궁금합니다
호모미미쿠스가 자연모방 설계를 통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컨설팅 회사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하게 되거든요. 새로운 문제를 접하는 것도 매번 자극이 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문제 해결을 위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배우는 것도 많아요.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배우죠. 호모미미쿠스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 타이핑해서 실험을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밌어요. 하루는 오전 티타임 때 나온 아이디어를 서로 이야기하면서 발전시켜서 점심시간 전에 특허를 신청한 적도 있어요.
티타임 때 나온 아이디어로 바로 특허를 낸 게 재밌네요
네, 프로덕트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당일에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으로 구체화하는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희가 만든 자연모방 지식검색 서비스 미미쿠스(Mimicus)를 활용해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자연의 형태나 원리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아이디어가 나오면 애자일, 디자인씽킹 같은 문제 해결 방법론을 다양하게 도입해보면서 오프라인 아이디에이션을 진행했었는데 이 과정을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팀원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정리해서 아이디에이션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CK(Cocept-Knowledge)캔버스를 개발하게 되었고, CK캔버스 툴은 이번에 출시되는 미미쿠스 프로(Mimicus Pro) 베타 버전에서 사용해보실 수 있습니다.
호모미미쿠스의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자연모방 아이디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검색 서비스 미미쿠스(Mimicus)에요.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미미쿠스 베이직(Mimicus Basic)은 1,000여 종의 생물 정보만 제공하고 있지만, 곧 출시될 미미쿠스 프로(Mimicus Pro) 서비스에는 50만 종이 넘는 생물체에 대한 정보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검색할 수 있는 생물종 데이터는 증가하고 있고요. 미미쿠스 프로에서는 유저가 입력한 검색어를 통해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아이디에이션을 구체화할 수 있는 CK 캔버스 툴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자연모방 검색 서비스를 넘어서 실제 사용자가 가진 문제를 자연모방 기술로 해결해주는 플랫폼을 완성해가는 중이죠. 다음 단계에서는 자연모방 기술 관련 특허와 사용자의 가진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줄 수 있는 인력풀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프로그램뿐 아니라 UI, UX에 대한 고민, UT도 직접 하시더라고요
서비스 개발자 입장에서 고객의 목소리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호모미미쿠스에서는 팀원들이 참여하고 싶은 업무가 있으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데, 작년에 저희 서비스를 통해 진행된 기업 컨설팅에 참여해서 직접 아이디에이션, 프로덕트 디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컴퓨터공학 전공이었지만 학부시절부터 현업자분들과 UX, AUI스터디를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어요. 학부 졸업 후 UX 관련 전공으로 대학원에 가려고 했는데, 아프리카 TV에 합격해서 회사를 가긴 했지만요.
개발자로서 자연모방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연모방 자체가 전문분야라서 개발자 커리어와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자연모방 지식 검색 서비스, 미미쿠스를 만드면서 최근 기술을 연구하고 적용할 부분이 많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우선 자연에 관련된 데이터, 문제 해결에 관련된 데이터를 정의해야 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 검색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이를 웹으로 서비스화 시키는 것, 기타 아이디에이션에 도움이 되는 툴을 고민하는 것 등 개발자로서 성취해나갈 수 있는 분야가 많아요.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시스템적으로 자연모방을 이해시킨다는 미션을 가지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 일 외에 미디어 아티스트로 전시와 공연 활동도 하고 계신대요.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데이터를 다른 매체로 확장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2011년부터 취미로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하면서 작업을 시작했고 실험음악, 오디오 비주얼 작업도 계속 해왔어요. 2018년도부터는 팀 트라어드(Team TRIAD)에서 팀원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어요.
민제님의 작업
<도시의 악보들> (2017)
어떤 계기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이전 회사에서 데이터를 많이 다뤘는데 그 데이터 속에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회사는 당연히 비즈니스 지표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저는 그 속에 숨겨진 유저의 이야기, 니즈, 욕망에 관심이 더 가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재구조화하는 게 좋을까, 혹은 어떤 매체로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까 라는 고민을 먼저 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데이터 아트 작업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대상을 관찰할 때 내 모든 감각, 경험, 지식을 순간적으로 부딪혀보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관찰 대상이 사물이든 (사회적) 현상이든 많은 이야기가 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동사무소에서 받을 때였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오래된 시청각 자료와 축구 하이라이트를 보는 시간이죠. 뭔가 마지막이라고 하니 더욱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저 같은 예비군 아저씨들밖에 없잖아요? (웃음) 그래서 이 아저씨들을 분석해보자..라고 생각했죠. 바로 다음 쉬는 시간에 편의점에 갔어요. 필기구를 사려고요. 메모할만한 게 없어서 봉투를 사서 찢어 썼어요. 주워진 건 종이와 삼색 볼펜이었죠. 제한된 도구와 환경에서 어떻게 재미있는 걸 해볼 수 있을까 하면서 주위를 관찰했어요. 아저씨 군집을 데이터로 정의하고 피쳐들을 뽑았죠. 군복이 구형이고 신형이고, 안경을 쓰고 안 쓰고 이런 식으로요. 당시 제가 뒤쪽에 있어서 안경은 잘 안 보여서 군복이랑 머리, 수면 여부로 나눠봤어요. 이 요소들을 어떻게 조합해보면 숨겨진 이야기가 나올까? 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거죠. <도시의 악보들> 작업은 서울 25개 구의 건물 데이터 30년 치를 가지고 한 건데, 시각화를 해놓고 보니 IMF 때는 모든 지역구가 쥐 파먹은 것처럼 비어 있게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내가 설계한 룰, 알고리즘으로 다양한 시각화 시도들을 해보면 새로운 이야기를 엿볼 수 있더라고요. 일반적인 그래프와 다르게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고요.
회사 일을 하면서 작업 활동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선중님은 기술의 가장 발전된 형태가 예술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 맥락에서 제 작업활동을 지지해주시고요. 그리고 제가 하는 작업 자체가 데이터와 프로그래밍을 활용하는 거라 회사일과도 연결이 되어 있어요. 중요한 건 어떤 경험이나 정보를 내가 직면한 문제에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인 것 같아서 직관력이나 사고력을 길러주는 면에서 예술작업이 도움이 돼요. 제가 사운드 작업을 하니깐 회사 홈페이지 만들 때 사운드도 직접 제작할 수 있었고요. 사내에서도 자연모방을 활용한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창업 초기에 대전 아티언스에서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땐 초창기라 너무 여력이 없어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젠 작업자인 저도 합류했고, 전시기획 경험이 있는 분도 들어오셔서 이런 제안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체적으로는 파리의 협력사와 2020년 자연모방을 주제로 한 전시의 아티스트 공모도 계획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팀원들의 취미생활을 장려하는 편이네요
호모미미쿠스는 구성원들의 행복에 관심이 많아요. 행복한 사람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것이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서 꾸려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삶을 스스로 매니징 할 수 있는 사람이 일도 매니징 할 수 있다고 봐요. 내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아니까 스스로 회복탄력성도 높일 수 있고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면 즐겁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팀원들이 각자 취미도 공유하는데요. 배경이 다르다 보니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어도 알고 있는 정보와 경험이 달라서 그걸 교류하는 재미가 있어요. 취미 생활을 하면서 또 함께 성장하는 거죠. 저는 기타를 치고, 사운드 작업을 하는데 길진님은 하드웨어 개발을 하면서 취미로 기타 이펙터랑 스피커를 만드시거든요. 같이 회로 이야기, 소리 이야기하면서 이것저것 배우고 있습니다. 곧 길진님과 이펙터 테스트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민제님한테 호모미미쿠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행복, 성장 같은 말이 맴도는데요. 놀이터 같아요. 어릴 적 놀이터에서 놀았던 거 떠올려보면 좋은 친구들이랑 놀면 뭘 하든 재밌잖아요. 술래잡기, 모래성 쌓기 그러면서 새로운 놀이도 개발하고요. 일각에서는 회사가 놀이터가 되면 안 된다는 말도 있지만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아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 같아요. 설령 잘 안 돼서 피봇을 하게 되더라도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금세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민제님이 호모미미쿠스에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컨설팅 프로젝트로 우주항공 관련 회사와 일해보고 싶어요. 지구의 생물체를 모방해서 다른 행성을 정복한다는 개념이 되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스페이스 X나 NASA 같은 회사들과 일을 하면서 매우 도전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어떤 프로젝트를 할 것인가 보다 자연모방 기술로 어떻게 미래를 앞당길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오래 살고 싶은 이유가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핑크플로이드(pink floyd) 같은 역사적인 밴드가 제가 죽은 뒤에 나오면 아쉬울 것 같아서고 두 번째는 아이폰이 나왔을 때처럼 기술로 앞당겨진 사회, 문화적인 변곡점을 더 체험하고 싶어서예요. 자연모방기술을 활용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마주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민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그리고 '성장한다'는 말이 정말 많이 나왔는데요. 사실 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대표인 선중님부터 길진님, 민제님에게 서로에게 배우면서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듣게 되었어요. Mimic You라는 회사 구호가 회사 문화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보너스 사진으로 민제님의 공연사진을 업로드해볼게요. 민제님이 활동하시는 팀 트라이어드의 활동도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