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MICUS Jan 15. 2019

과학계의 디즈니를 만들고 싶어요

[팀 인터뷰] 호모미미쿠스 CEO 김선중 님 이야기

호모미미쿠스에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까요? 팀 인터뷰의 시작으로 호모미미쿠스의 창업자 김선중 님(이하 선중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겨울 하면 '호빵'을 떠올리는 저와 달리 선중님은 물을 얼지 않게 만든다는 '알래스카 민물 꼬치고기'를 떠올립니다. 그게 끝일 줄 알았는데, 적재적소 처음 들어보는 생물의 이름과 습성을 말하는 선중님을 보며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중님과 함께 일한 지 겨우 두 달 남짓인 제가 갓 합류한 팀원의 입장으로 '호모미미쿠스'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습니다.



자연모방(Biomimicry)이란 생소한 사업군에서 창업을 하셨네요?

자연모방은 최근 '청색기술'로 불리면서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사실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 '블록체인'처럼 잘 알려진 기술분야는 아닙니다. 자연에는 긴 세월 동안 진화하면서 축적된 노하우가 아주 많아요. 자연모방 기술 설계의 핵심은 자연의 형태나 원리를 잘 관찰해서 인간의 문제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주로 전통 제조업, 제약, 화학 분야에서 활용했던 방법이고, 에어버스(Airbus), 제너럴 일렉트로닉스(GE), 아이비엔(IBM), 로레알(L'oreal) 같은 기업에서 성공사례가 나왔습니다.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나요?

잘 알려진 사례 몇 가지를 말해볼게요.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은 소음이 너무 심했어요. 터널을 지나면 터널 주변 주택의 기와를 떨어뜨릴 정도였죠. 신칸센이 터널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미기압파 때문이었어요. 속력은 빠른데 소음이 심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만들었는데, 운행을 못할 위기에 빠진 거죠. 당시 신칸센 500계의 담당 엔지니어가 마침 새 관찰자였어요. 물총새가 저항이 높은 수면 아래에 빠르지만, 조용하게 부리를 밀어 넣어 먹이를 잡는 걸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그 뒤로 물총새 부리를 관찰해서 그 형태를 신칸센 앞부분에 적용했고요. 덕분에 소음이 확 줄었고, 운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물총새 ⓒpixabay (좌), 신칸센 ⓒwikimedia (우)


항공기를 만드는 에어버스는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는 상어를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상어 지느러미를 본뜬 구조물 '샤크렛'을 비행기 날개에 달았어요. 이 구조물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연료비를 크게 감소시켰습니다. 수영복 회사 스피도는 상어 피부를 연구해 전신 수영복을 만들었는데, 이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도핑 의혹(관련기사)까지 받을 정도로 기록이 좋게 나왔어요.  결국 올림픽 위원회 측에서는 해당 수영복을 금지시켰고요. 이 밖에도 재미있는 사례가 많아요.


이렇게 좋은 사례들이 있는데, 자연모방 기술설계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높은 비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기업이 자연모방 기술 설계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알아도 어떤 생물종을 연구해야 할지, 연구 전문가와 연구 자료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이걸 회사의 어떤 문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선뜻 도입할 수가 없었을 거예요. 비용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고요. 그래도 최근에는 자연모방 기술설계가 지속가능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연모방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기도 하고요. 호모미미쿠스는 이런 상황에 주목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게 하자"는 미션을 가지고, 자연모방 기술 설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자연과학 비전문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하고 계신가요?

우선 자연과학 데이터와 자연모방 문제 해결 사례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기술 컨설팅 서비스 미미쿠스를 출시했습니다. 구글 스콜라 형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미미쿠스에는 구글 스콜라보다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는데요.


미미쿠스 서비스 검색 과정과 결과 페이지


미미쿠스를 사용하면 기업이나 기관에서 큰 비용 부담 없이 전 세계 52만 생물종에 대한 전문 데이터와 문제 해결 데이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자연모방 기술 설계를 활용한 공동연구, 기술이전, 시제품 제작, 교육 프로그램 등의 세분화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미쿠스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나요? 있다면 미미쿠스가 가진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미국에는 블로그 형태로 자연과학 데이터를 제공하는 에스크네이처(Ask Nature), 일본에는 자연과학 검색 DB 네이처테크(Nature Tech)가 있어요. 우선 미미쿠스는 두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자연과학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두 서비스는 동물, 식물로 검색 범위가 제한되어 있는데, 미미쿠스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생물종 전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시스템 내 '추천' 기능입니다. 카테고리를 선택하거나 구체적인 검색어를 입력하면 오프라인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의 문제에 최적화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처럼, 기업의 문제 상황에 맞는 생물종과 해결책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으니깐 시간 제약도 없고, 전문가들도 부담 없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여러 번 해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배경사진 ⓒJTBC 스카이캐슬


우리는 왜 1등만 기억할까요? 고양이에 대해서는 그르렁 소리의 원리도 생각해보고, 맑고 투명한 눈을 한없이 바라보기도 하죠. 하지만 극지방에 사는 알래스카 민물꼬치고기(Alaska blackfish) 같은 생물은 이름조차 낯설어요. 알래스카 민물꼬치고기는 추운 날에도 물을 얼지 않게 만드는 독특한 솔루션을 가진 생물이에요. 대중문화나 네트워크 연구 분야에서 이런 경향을 멱 법칙(power law)이라고 불러요. 멱 법칙은 한 수가 다른 수의 거듭제곱인 두 수의 함수적 관계를 말하는데, 현실에서도 다양하게 적용이 되고 있어요. 비즈니스 분야에 적용해보면 1위를 하는 서비스 사용자가 2위를 하는 서비스 사용자의 제곱 정도 되는 경우가 많고, 지진의 강도나 성씨의 빈도 등에도 이 법칙이 적용됩니다. 잘 되는 서비스가 더 잘 되고, 인기 많은 스포츠 팀이 다른 팀들보다 월등히 인기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연모방 기술 분야에도 특정 문제에 자주 사용되는 생물종이 있어요. 활용 빈도를 살펴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생물종이 두 번째로 인기 많은 생물종의 제곱 정도 더 주목을 받아요. 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생물의 메커니즘이 혁신적인 영감을 줄 때가 있어요. 미미쿠스는 왜 수업시간에 배운 성공사례에 갇혀 주변은 관찰하지 못하지? 란 질문을 던졌고, 추천 기능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서비스를 써보니 한글이 아니라 영문이네요?

서비스가 영문인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대부분의 자연과학 보고 자료들이 영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영문 자료를 제공하기 적합한 영문 버전의 서비스를 기획했고, 자연모방 학술 커뮤니티의 공용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서비스에 접근하는 초기 사용자를 배려해 영문 서비스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진출도 빠르게 진행하실 것 같네요?

사실 사업 초기에 한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어요. 석박사 기간 동안 해외 학술 커뮤니티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해외에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어요. 올해 한국 정부에서 자연모방(청색기술) 원년의 해를 선포하면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알게 됐고 서비스 사용 의사를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의 비즈니스 기회나 공동연구 기회가 더 많아요. 각종 학술대회나 국제 표준화기구 활동 등을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고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요?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미미쿠스를 활용한 온라인 컨설팅 서비스고 또 하나는 자연모방 기술에 관한 기술이전이에요. 현재 바로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기술 특허 7개를 가지고 있고, 시제품 제작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해당 기술을 기술이전을 통해 전문업체에서 생산하게 하고 로열티를 받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과학 덕후를 찾으신다고요? 왜 하필... 덕후를?

앞에서 말한 멱 법칙이 발생하는 건, 우리 주변을 관찰하기보다 이미 성공한 사례 혹은 1등의 연구 주제에 더 큰 관심이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관찰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요. 미국의 바이오미미크리 인스티튜트(Biomimicry Institute)가 만든 전문가 대상 자연모방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가장 먼저 뒤뜰 풀밭을 관찰하는 자세부터 학습시켜요.


덕후의 집요한 관찰력 환영합니다 ⓒ 지식채널 e


우리는 덕후를 ‘넓고 깊게’ 관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그 ‘너비와 깊이'는 관심분야에 대한 열정과 빠른 행동력, 학습능력에서 온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회사를 하면서 되게 나이 많으신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사적인 자리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내가 아들 (혹은) 딸이 있는데, 얘가 그렇게 곤충을 키운다거나, 수족관만 다닌다거나, 동물원에 다닌다거나 이러면서  얘가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는데 그 회사가면 딱 좋겠네요.”라고 하세요. 저는 정말 곤충에 미치고, 기차에 미치고, 무기에 미치고, 실험에 미치고 이런 사람들이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호모미미쿠스 뜻이 ‘모방을 잘하는 사람’인데, 모방을 잘하려면 관찰능력이 좋아야 해요. 관찰능력이 좋으면 문제점도 잘 발견하고, 해결책도 빠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어떤 부분이 과학 덕후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회사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주고, 구성원들은 (소비자, 제품, 시장, 옆자리 동료 등) 관찰을 잘하자는 게 호모미미쿠스의 핵심 원칙이에요. 디즈니에서도 이걸 ‘관찰'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월트 디즈니도 ‘관찰'을 가장 핵심적인 능력으로 생각했어요. 우리 회사는 호모미미쿠스란 인류를 지향하기 때문에 팀원들이 최대한 잘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팀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있습니다. 성향에 따라 원격근무를 신청해 회사 밖의 공간에서 일하는 팀원들도 있고요.


디즈니 같은 회사를 그리시는 건가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디즈니랜드에 가면 월트 디즈니의 방이 있어요. 디즈니는 그곳에서 자고, 계속 관찰을 해요. 아이들과 함께 회전목마도 타고 밥도 먹어요. 디즈니는 어느 하나라도 디즈니랜드의 정체성에서 어긋나는 순간 환상이 깨진다고 얘기했어요. 관찰이야말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와 해결책을 발견해내는 원동력이었던 것이죠. 자연모방 설계도 마찬가지고, 컨설팅, 교육 저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 능력은 ‘관찰'을 잘하는 거예요. 관찰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자연과학계의 디즈니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팀원들끼리 “Mimic You”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직역하면 ‘당신을 닮아갈게요'에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담은 표현으로 쓰고 있어요. 이 말을 주고받으면 팀원들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호모미미쿠스의 2019년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우선은 괜찮은 자연모방 기술 활용사례(Use Case)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미미쿠스 서비스의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미미쿠스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실제 시장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더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 특이한 과학 덕후들을 많이 찾고 있어요. 자연에서 기술을 찾는다는 건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일이고, 다양한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일이라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것이 확실한 과학계의 덕후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Always mimic you :)  



선중님이 창업을 하고 가장 도전적이라고 느낀게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논문을 탐독하는 건 많이 했지만 사람 면대면 관찰엔 익숙하지 않아서 새로운 사업 분야를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많이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선중님은 인터뷰이로서 인터뷰에 참여하면서도 자꾸만 필기를 하면서 저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시는게 인상깊었습니다.


참고로 선중님의 덕력은 꽤 화려합니다. 다음 번엔 팀원들의 덕력을 주제로 다시 찾아올게요. 분명, 마음에 드실거예요!


 


썸네일 이미지출처 ⓒEdTech Tim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