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채소 먹고 있는거냐?
난 채소를 못 먹는다. 에이, 안 먹는 거죠. 못 먹는 게 어딨어요? 그쵸? 그런데 놀랍게도, 저는 진짜 못 먹어요. 먹으면 토하거든요. 문제는 엄마의 교육이었다. 00년생이 다들 그렇듯 우리는 '급식을 남기면 안 되는' 세대였으니까. 엄마는 내가 나물 반찬을 다 먹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식탁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했었다. 나는 나물 반찬을 입안 가득 집어넣고 삼킨 뒤 곧바로 화장실에 뛰어가서 토했다. 학교도, 담임 선생님한테 식판 검사를 받아야 반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무서웠던 날은 비빔밥이 나오는 날이었지. 비빔밥이 나오는 날이면 나는 급식 아주머니들에게 눈물을 글썽거리며 제발 조금만 주세요, 싹싹 빌었다. 통할 때도 있었지만 통하지 않을 때면 나는 제일 마지막까지 눈물을 흘리며 급식을 먹어야 했다. 이게 트라우마가 되어 아직도 채소를 먹으면 구역질한다. 요즘엔 나도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채소를 먹어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소스를 찾아보더나, 삶아 먹으면 괜찮은 것들을 골라보거나, 생채소 풀 냄새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거나 하면서. 그중 비교적 최근부터 먹기 시작한 것이 바로 설탕 뿌린 토마토다.
이전부터 이건 조금 먹을 만할지도,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마침, 엄마가 잘 익은 짭짤이 토마토를 썰더니 설탕을 뿌려 접시에 소복이 쌓아뒀다. 엄마가 방으로 가지고 가려 하자 내가 붙들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입만.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가? 네가 채소를 먹겠다고? 진짜? 엄마는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나에게 채소를 먹이려 했지만, 끝끝내 실패하고 날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내가 스스로 채소를 찾는 모습을 보니 엄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내가 좀 뻘쭘해서 어, 왜?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엄마는 내가 말을 바꿀까 싶어 얼른 토마토 하나를 골라서 내 입안에 쑤셔 넣었다. 나는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입안에 토마토를 맞이했다. 그런데, 의외로 정말 맛있는 것이다! 짭짤이 토마토답게 약간 짭짤하고 달달하고, 채즙도 괜찮고. 근데 우욱, 욱. 내가 자꾸 헛구역질했다. 엄마는 한숨을 쉬며 그냥 뱉으라고 했다. 아니야, 아닌데? 나 진짜 맛있는데? 맛있는데 머리가 못 받아들이고 있었다. 뇌에서 비명을 질렀다. 야! 야, 인마! 너, 너 인마! 너 지금 채소 씹고 있어 인마! 알아! 아는데, 우리 이제 이거 받아들여도 되지 않겠어? 뇌와 내가 협의가 안되는 기분. 너무 우스워서 깔깔 웃다가 토마토 조각을 바닥에 흘렸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뇌는 반사작용을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맛있어서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이때가 괜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런 것들이 많겠지? 내가 함부로 밀어낸 것 중에서 사실은 꽤 괜찮았던 것들. 그런 것들을 얼마나 많이 놓쳤을까. 설탕 토마토가 맛있다는 건 맛을 봐야 알 수 있었겠지. 뇌와의 합의점을 찾아야겠지만, 나는 아직은 설탕 토마토를 먹으며 헛구역질하겠지만, 어쨌든 또 다른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