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은 못 참지

폭식, 그리고 우울증

by 미미




내 폭식 단골 대상은 치킨이다. 소스 있는 치킨! 가장 좋다. 치킨도 파닭을 시작으로 여러 유행을 지났는데 파닭, 자메이카 통다리, 그다음 나온 지코바, 거기서 파생된 치밥! 숯불 치킨 소스에 밥을 섞어 먹는 유행! 그 유행이 나의 폭식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래서 난 치킨은 무조건 숯불 치킨이다. 요즘은 또 사이드가 유행이지 않은가? 그리고 사리! 마라탕이 유행하면서 떡 사리, 수제비 사리, 라면 사리는 기본이고 우동사리, 쫄면 사리, 분모자 사리, 중국 당면 사리까지. 끈덕진 소스에 우동사리 추가하고 고구마튀김 추가해서 양념많이를 옵션으로 넣는다. 그렇게 도착한 치킨을 우걱우걱 먹는다. 포만감에 허덕이면 콜라를 마시면 되고 숨을 몰아쉰 뒤 다시 치킨에 집중한다. 치밥 할 치킨 몇 조각을 빼둔다. 먹고 난 다음엔 경건한 마음으로 물 한 잔을 마신다. 남은 소스는 싹싹 모아서 다른 그릇에 모아둔다. 치밥 먹어야 하니까, 중요한 일이다.







내 폭식은 주로 저녁 혹은 새벽에 터진다. 할 일을 다 끝내고 고단할 때, 음식이 그렇게 당긴다. 집에 가는 길에 음식을 시키고 집에 딱 맞춰 음식이 와야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참을 수 없어서. 그리고 방에 틀어박혀 음식을 먹는다. 그럼 좀 살 것 같다.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음식부터 찾느냐면, 모르겠다. 그냥 힘들다. 우울증이라는 게 그렇다. 물먹은 솜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온몸의 근육, 신경을 소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신까지 마모되고 나는 아주 너덜너덜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간다. 에너지를 찾게 되는 원리가 아닐까? 그래서 음식을 찾게 된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속이 허해서 몸속에 음식을 넣어야 하는 사람이다.






우울증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각자 자신이 느끼는 '부족함'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타인의 괴로움이 존재할 것이다. 그 괴로움이 나에겐 텅 빈, 공허함이고 난 이 공허함이 곧 허기로 직결된다.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고 그 구멍을 메꿀 수 있는 것은 입안에 무언가 집어넣는 일이다. 새벽, 새벽도 괴롭다. 우리 집 식구들이 전부 다 자고 있을 때 나만 깨어있다. 밤은 설명하기 힘든 구린 생각들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래서 그걸 잊기 위해 또 음식을 찾는다. 아까 남긴 치킨 몇 조각을 잘게 자르고 소스를 밥에 섞어 치밥을 만든다. 소스가 많다는 이유로 밥을 4인분을 집어넣는다. 김을 찾아 김도 뿌린다. 가장 근 숟가락을 찾아 또 우걱우걱, 우걱우걱. 이래야 조금 살 것 같다. 이게 내 폭식이다. 배고픈 사람이 폭식할까? 허기진 사람이 폭식할까? 난 몸에 뭘 좀 쑤셔 넣어야 하는 사람이 폭식한다고 생각한다. 날이 갈수록 건강은 망가지고 내 몸무게는 고도비만에서 초고도비만을 향하고 있다. 수명이 줄어든다는 느낌을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폭식을 줄일 수 없다. 너무 외로우니까, 사람이 외로운 건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나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약물 처방을 받고 있고 상담도 받는다.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식욕을 참을 수가 없어요. 어쩔 땐 먹기 싫은데도 음식을 찾게 돼요. 선생님은 말했다. 많이 힘드신가 봐요.


네, 맞아요. 힘들어요. 저는 힘들어서 음식을 찾아요. 힘들어서 폭식해요.


나에겐 폭식은 표현의 수단이다. 음식이 친구라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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