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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제 Jan 01. 2023

세상에 둘도 없는 남자, 천하의 나쁜 놈!

내 남편을 소개합니다.



통계청 KOSIS 조사(자료 갱신일 2022년 9월 27일 기준)에 따르면 인구 1 천명당 혼인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이 3.8건이며 2021년의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35세, 여자 31.08세이다. 2012년 조혼인율은 6.5건이었지만 감소세를 보이며 현재에 이르렀으며 초혼연령은 2016년부터 이미 30대 초반이 됐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실제 체감하는 혼일률은 더 낮다. 일찍 결혼한 친구는 20대 이른 나이에 법적 부부가 되었지만, 30대 후반인 현재 미혼인 친구들이 더 많다.


결혼이 그만큼 딴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가끔 미혼인 친구나 지인으로부터 "결혼하면 어때?", "남편은 어때? 어떤 사람이야?"라는 질문을 듣곤 한다. 얼마 전, 결혼소식을 알려온 친구로부터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듣게 됐는데 대답하기 전에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은 경험해보기도 전에 듣는 말에는 영향을 받기 쉽다.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었을수록 편견이 생긴다. 반면 긍정적인 말을 많이 들었다면 부정적인 말을 들어도 그건 일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별것 아닌 질문이지만 신중을 가하게 된다.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생각이 길어지고 대답이 정교해진다. 가령 "너희 남편은 분리수거해?"라는 질문을 한다면, 분리수거는 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말을 잘해야 한다.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나날을 보내던 중, 또다시 비슷한 질문을 듣게 됐었다. "너의 남편은 어떤 사람이야?" 아마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질문을 하게 된 것 같다. 이날도 머릿속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떠올랐다. 그러다 이보다 더 좋은 대답이 있을까 생각 들었던 말이 있었다. "좋았던 것만 말하면 세상에 둘도 없는 내 남편이고, 안 좋았던 것만 말하면 천하의 나쁜 놈이야." 말하는 나도 웃고 듣고 있던 친구도 웃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좋았던 것만 말하면 세상에 이런 남자가 또 있을까 싶다. 있다 하더라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안 좋았던 것만 말하면 타인이 보기엔 '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같은 모습을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다. '세심하다.'라는 표현은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깐깐하다.'는 부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 "일이랑 집 밖에 몰라."는 가정적인 표현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퇴근하고 오면 집에만 처박혀 있어."라는 표현은 재미없는 삶처럼 들린다. 이는 상대방의 모습이 자신의 바람에 따라 다르게 비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고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여러 면모들이 모여 상황, 환경에 따라 색다른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항상 균일화된 바람직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인사성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기분이 울적한 날에는 식당 직원의 "어서 오세요."인사말에 고개만 끄덕하고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첫인상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이유이고, 내 남편을 한 가지 소재의 일화로 정의하지 않으려는 이유이다.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 표현이 있다면 내 남편은 귀엽다.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이 표현은 버리기로 했다. 9년째 같은 직장을 성실히 다니고 있는 남편이지만, '성실하다.'는 표현으로 정의 내려버리면 직장에서 너무 힘들어서 버틸 수 없을 때 그만두지 못할까 봐 그렇다. 성실한 사람이지만 성실함으로 묶어두지 않는 것이다. 당사자가 듣고 싶은 말처럼 느껴질 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 참 성실해. 하지만 힘들 땐 그만둘 수도 있어야 해. 힘들면 언제든 말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일이 아니더라도 힘들 때면 언제든 그만두고 기대올 수 있는 나와 당신이 되길 바란다.


결론, 내 남편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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