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체리체리베어#9. 터닝 포인트

by 미미멜로디

#9. 터닝 포인트



“저도 전혀 예상 못한 반응이었습니다. 지금의 결과가 놀랍기만 하네요.”


“하하하. 지난 해 체리체리베어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정말 많은 일들을 경험하셨죠?”


“네. 사실, 매일이 꿈만 같습니다.”


평소 즐겨 입는 꽃무늬 원피스 대신 멋진 슈트를 차려입은 미미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곳.


바로 말랑도레미별 최고의 공영방송국 MBS의 9시 뉴스 스튜디오였어요.


9시 뉴스의 메인 앵커 키키는 오늘의 인터뷰를 능숙하게 이끌어 가는 중이었어요.


“미미 대표님께서는 체리체리베어 시리즈를 밀리언셀러로 성공시키고, 같은 이름의 출판사를 말랑도레미별에서 손꼽히는 규모로 키워 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청년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고, 과찬이십니다.”


“저 또한 체리체리베어가 가출해 길에서 방황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답니다.”


키키는 가슴에 잠시 손을 얹는 것으로 그 장면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표현했어요.


미미는 저도 모르게 자꾸만 위로 올라가는 입 꼬리를 숨길 수가 없었어요. 애써 표정 관리를 한 채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독자의 관심에 감사를 표했죠.


“키키 앵커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체리체리베어의 이야기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자, 그럼 이제 여기서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까요?”


키키는 미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어요.


“미미 대표님. 대표님을 존경하는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 한 마디 남겨 주시죠.”


미미는 크흠, 가볍게 목소리를 다듬고는 카메라를 향해 멋진 마무리 멘트를 날렸어요.


“우연은 때론 뜻밖의 인연이 됩니다. 여러분도 일상 속에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우연 속에서 여러분만의 인연을 찾아보세요. 그 인연이, 여러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네, 우연 속 인생의 전환점이 될 나만의 인연을 찾아보라는 미미 대표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키키는 미미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곧 카메라를 응시하며 능숙하게 클로징 멘트를 날렸어요.


“MBS 9시 뉴스 오늘의 초대석,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키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키키의 클로징 멘트를 끝으로 9시 뉴스의 끝을 알리는 음악이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어요.


* * *


“미미, 너 짐은 다 쌌니?”

“아니, 일은 다 했어?”

“내일 뭐 출발할 수는 있는 거야?”


전화기 너머로 멜로디의 질문이 우다다다 쏟아졌어요.


멜로디는 휴가 전날까지 눈코 뜰 사이 없이 일하는 미미가 걱정되어 전화를 건 참이었어요.


“흐아암. 아니... 나 이 원고까진 끝내서 조판 넘겨야 하는데... 아직도 멀었네...”


“어머 얘 좀 봐,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일중독 미미가 휴가 전날에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을 거라는 멜로디의 생각은 역시 틀리지 않았어요.


“너 딱 기다려. 내가 얼른 가서 10분 만에 후루룩 짐 다 싸 줄 테니까.”


미미와 구름파솔라별로 떠나는 이번 휴가도 멜로디가 먼저 제안한 거였어요.


체리체리베어 시리즈의 대성공 이후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미미를 위해, 멜로디는 모처럼 자매 둘이서 오붓하게 떠나는 휴가를 계획했어요.


“어휴. 이 난장판 좀 보게.”


서둘러 미미의 집에 도착한 멜로디가 방문을 열자 정신없는 방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어요. 미미는 원고 작업을 다 끝냈는지 노트북 위에 엎드려 곤하게 잠들어 있었죠.


“어디 보자. 캐리어가 어디 있으려나?”


멜로디는 미미를 깨우는 대신 옷장을 뒤져 커다란 캐리어를 꺼냈어요. 그러고는 방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책, 원고 더미, 잡동사니를 한쪽으로 밀어 가며 캐리어를 펴고, 여행에 필요할 법한 물건들을 하나씩 담았죠.


“아이고 허리야.”


미미의 짐을 대신 싸느라 분주하던 멜로디는 이제 다 됐다 싶어 허리를 쭉 펴고 등을 툭툭 두드렸어요.


그런데 그때, 멜로디의 눈에 책상 스탠드에 기대어 앉은 곰 인형이 들어왔어요.


곰 인형은 머리에 새하얀 버터크림과 새빨간 체리를 얹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죠.


“너구나, 내 동생의 전환점.”


멜로디는 미미와 곰 인형이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책상으로 다가가 곰 인형의 팔을 살포시 잡아 주었어요.


“고마워. 우리 곁에 온 걸 환영해.”


곰 인형은 잠결에 멜로디의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듯, 옅은 미소를 띠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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