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예 Jun 10. 2022

책방 시나몬베어-아름다운 은유,산책

책방 시나몬베어

 Promenade 산책 / 이정호 글그림 / 상출판사


여러분은 산책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산책을 무척 좋아해요. 이웃들의 담장마다 피어난 여러 종류의 장미꽃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산책을 나와 기분 좋아진 강아지의 달랑거리는 귀와 사뿐한 발걸음을 보는 것도 좋아요. 어느 집의 창문에서 변함없이 뿜어져 나오는 노란 조명은 안도감이 들게 하고, 걸어가는 길에 만나는 저녁노을과 요란한 새소리, 바람이 흔들리는 나뭇잎과 길고양이의 동그란 눈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잠시 기쁘게 해요.   

글이나 그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수는 없어요. 인간관계에서 울화가 치밀 때도 감정을 삭혀야  때가 있죠. 그럴 때면 눈은 뜨고 있지만 주변 풍경 어디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은 , 머릿속에 화면을 띄우고 걸어요. 풀리지 않는 글과 그림을 띄우고,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며 분을 내는  얼굴도 띄워요. 그렇게 걷다보면 글과 그림의 미사여구가 덜어지고, 압력밥솥에서 수증기가 나가듯 분노의 감정이 치이익- 하고 가슴에서 빠져나가는  같아요.


산책을 주제로 한 노래도 좋아요. 소히 작사, 이한철 작곡의 '산책'이라는 노래는 2010년에 발매되었는데 저는 백예린이 2021년에 리메이크한 '산책'을 더 좋아해요. 담백한 피아노 연주와 꾸밈없는 목소리가 같이 산책하는 기분이 들게 하거든요. 이 노래를 들으면 친구랑 같이 수다 떨며 요리하고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은 뒤 "어휴 배 부르다. 잠깐 동네 한 바퀴 걷자." 하며 함께 터덜터덜 집 밖을 나오는 장면이 떠올라요.  

적재의 '별 보러 가자'도 저처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 노래 참 담백하죠? 그냥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 별을 보러 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삶의 심각함에서 놓여나게 돼요. 산책을 하며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 그게 행복이겠죠.         

  

그런데 말이에요, 이 책은 지금까지 장황하게 얘기한 그런 산책을 뜻하는 게 아니랍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산책은 내면으로의 산책, 즉 독서를 뜻한답니다. 책이 등대가 되고, 지혜의 샘이 되고, 피어나는 꽃으로 변했다가 할머니를 소녀로 만드는 그림들을 보면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이 떠올라요. 이 책은 그림책에 조금도 흥미가 없는 어른들, 특히 남자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아요.


독서의 마법을 은유적으로 담은 아름다운 그림책이 바로  'Promenade 산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 시나몬베어 - 태어난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