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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Feb 14. 2023

책방을 운영하는 방법

책방 시나몬베어

운양동 카페거리로 사람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이곳은 점점 조용한 동네로 변하고 있어요. 역 주변의 공사가 끝나면서 카페 상권이 이동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책방을 매일 찾아오는 이는 사료를 잘 먹는 삼색이와 블랙펜서, 노랑이, 비둘기들 뿐이랍니다.

사실 책이 많이 팔린다고 해도 한 권 팔아서 남는 돈은 1, 2천 원 정도밖에 안 되니 책 판매가 책방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월세를 내고 전기세를 내기엔 턱없이 부족해요.

그럼 책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저는 책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월세를 충당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수입이 되기도 하지만 삶에 활기가 되기도 해요. 하는.일도.많고 바쁘다보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힘들 때가 있지만 책방 문을 열고 아이들의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생기가 도는 걸 느껴요. 저는 가르치는 일이 좋아요. 그건 일종의 소명이기도 해요.

알쓸인잡에서 남준이가 한 말이 있는데요, 하기 좋은 일은 '재미'가 있어서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소명'이 있어서 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들으며 '어쩜 나와 생각이 같지?'라고 중얼거렸어요.

제 독서수업은 아이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려 준다고 생각해요. 경쟁과 자극적인 영상, 학업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감성과 창의성을 찾게 하고, 풍부한 표현력을 배우게 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책방에는 독서수업 외에도 외부 강사의 프로그램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보태니컬 아트이고 또 하나는 아이 패드 드로잉이랍니다.

이번 보태니컬 아트 5기 수업에는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신청을 했어요. 중간에 포기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끈기 있게 잘할 뿐 아니라 섬세한 관찰력과 그림을 그리는 시간 안배까지 하는 걸 보면 참 기특한 학생이에요.

아이패드 드로잉 수업은 홍보를 하자마자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런데 프로크리에이트와 애플 펜슬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 때문에 아쉬워하는 분들도 좀 있어요.

이 수업은 기본툴과 시범수업, 응용 시간까지 두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꽉 차게 진행되고 있어요.

   

디저트 드로잉에 이어서 자신의 반려 동물을 그린 동물 캐리커쳐 수업까지 원데이 클래스로 진행이 됩니다.


책방 프로그램에는 방학마다 하는 특강도 있어요.

바로 '나의 캐릭터 일러스트' 수업인데요

자신에 관한 여러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뒤 나를 표현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거예요.


책방에서 하는 독서 수업 외의 수업들은 모두 아이부터 성인까지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외부 강사님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자존심을 갖고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이지요.


만약 책을 팔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면 일 년도 못 가서 문을 닫았을 거예요. 비록 책을 파는 일은 한 달에 열 번도 안되지만 이런 수업으로 책방을 아슬아슬하게 꾸려가고 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작은 동네 책방을 하시는 모든 대표님들은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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