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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Nov 16. 2022

색연필 소리의 비

책방 시나몬베어

어제저녁에 슥삭슥삭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처음 가본 공간,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마침 저는 양쪽 창문이 마주하는 자리에 앉았고 왼쪽에서 들리는 사각사각 슥삭슥삭 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좀 더 가깝게 앉은 오른쪽에서  토독토독 토도독 제법 내리는 굵은 빗소리를 들었죠.


그 빗소리는 저를 또 다른 공간과 인물 속으로 유체이탈을 시켰어요. 사람들의 말소리가 하나의 음으로 뭉쳐지다가 사라졌고, 내 앞에는 커다란 책상에 작은 공처럼 앉아있는 학생이 보였어요. 여섯 살짜리 세이였어요.

어제 저는 독서수업 중에 세이에게 이런 말을 했죠.

“세이야, 아까 너랑 똑같은 여섯 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색연필을 칠할 때 나는 소리가 좋대.”

열심히 색칠을 하던 세이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이 없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색연필 칠하는 소리가 빗소리 같아요.”

“?”

이건 또 뭔 엉뚱한 소리여?

사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색연필을 칠하는 소리는 암만 생각해도 제가 기억하는 빗소리와 맞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제저녁에 제 왼쪽에서 들리는 조용한 빗소리를 듣고 무릎을 탁 쳤어요!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어서 글에는 슥삭슥삭이라고 썼지만 정말 색연필을 칠할 때 나는 소리였어요. 포근하고 조용하고 따뜻한 소리.

순간 번쩍 천둥이 쳤고 함께 있던 몇몇은 깜짝 놀랐지만 저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미소지었어요.

아이들은 정말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구나!

어제 저녁의 비로 많은 잎들이 땅으로 내려왔겠죠.

가을 바람으로 내려앉은 단풍잎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 듯 했는데 어제의 잎들은  바닥에 찰싹 붙어있겠군요.

조금 서늘한 가을아침이에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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