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시나몬베어
경기 콘텐츠진흥원에 책방을 알리고자 신청을 했습니다. 2장의 신청서, 사업자등록증, 월세 계약서, 매장 내부 사진, 3개월치 단말기 카드 내역서, 문화활동, 구비된 도서의 종류와 수량 등을 꼼꼼하게 적어서 냈는데요, 신청서를 낸 후 진흥원과 장기 도서관측에서 현장 시찰을 왔어요.
두 곳 모두 제가 책을 팔아서 얻는 수익이 너무 없다는 것에 대해 질문을 했어요.
저는 그 질문에 잠시 갸우뚱 했지만 담담하게 대답 했어요.
"아무래도 참고서나 문제집을 파는 게 아니다보니 책을 사러 일부러 오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책방이 모두 저처럼 열악하지 않나요? 아니면 제 책방만 이렇게 수익이 없는 건가요?"
순진한 질문봇인 저의 돌발 질문에 담당자들은 당황해 했어요.
"아..독립서점은 저희도 잘 몰라서요...아 그렇군요.."
그 대답을 듣고 두 가지 질문이 연이어 떠올랐지만 눈치껏 입을 다물었죠.
제가 삼킨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책을 다루는 일을 하시는데 동네 책방의 현실을 잘 모르시는군요. 김포에도 저같은 독립 서점들이 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럼 동네 책방을 살리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실까요?
2. 저처럼 독립 책방은 콘텐츠 진흥원에 신청할 자격이 없는 건가요?
어제 저녁 5시에 진흥원 측으로부터 단말기 카드 내역서에서 12월치가 빠졌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바로 독서 수업에 들어가야 해서 짧은 통화 후 저녁 늦게 카카오뱅크로 입금받은 책 판매 내역서를 메일로 보냈어요. 다 합쳐봐야 몇 십 만원밖에 안되는 금액이라 보내면서도 조금 부끄러웠어요.
그 부끄러움은 오늘 아침 통화에서도 느껴야 했죠.
"책방이라면 책을 팔아서 얻는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학원처럼 수업에서 수익을 얻는 거네요?"
"네...그렇죠...책을 팔아서는 월세도 못내니깐 책을 이용한 수업을 하는건데요.. 다른 독립서점들은 어떤가요?"
"다른 독립 서점들은 뭐..그래도 책을 팔아서 운영하는데...뭐 일단은 지금 책방은 책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보다는 수업으로 얻는 수입이 대부분인거죠?"
"네..맞아요."
전화를 끊은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는 현실이야 어쨌건 책 판매를 통한 수익이 적은 독립서점은 콘텐츠 진흥원에 신청하는 게 아니었어요. 한마디로 제가 주제넘은 짓을 한거죠.
그래서 오늘의 먹구름 낀 하늘처럼 제 마음이 씁쓸하답니다.
책방이지만 책을 팔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운이 쪽 빠지고 제가 무능하게 느껴져요.문득문득 들었던 생각이지만 오늘은 그 생각에 좀 더 오래 마무르게 되네요.
그래도 마음 추스리며 오늘을 버텨 봐야죠.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털고 책방 문을 엽니다.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거겠죠?그쵸?
오늘은 목요일, '색연필로 그리는 식물 세밀화'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요즘엔 동물을 관찰하며 그리고 있어요.
토요일에는 3주 연속 진행했던 나의 캐릭터 일러스트 수업에서 만든 엽서를 나눌 거예요.
일요일에는 아이패드 드로잉 수업이 있어요. 국민대 시각디자인과에 다니는 우리 딸이 열심히 준비해서 연 수업인데 제법 인기가 있답니다.
책방 시나몬베어는 비록 책 판매 실적은 미미하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소소한 예술을 누리게 하는 문화 살롱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저에겐 오래된 꿈을 이루고,
자신의 소박한 쓸모에서 삶의 이유와 낙을 찾는 방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