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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Nov 03. 2024

소년이 온다

책방 시나몬베어

소년이 온다 / 한강 / 창비

책방에 있는 책들은 99% 제가 읽은 책들입니다.

그리고 1% 정도는 읽기 위해 주문해 놓은 책들이에요. 한강 작가의 책들도 판매하기 위해 진열해 놓았으니 당연히 읽어야죠. 그래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년이 온다’를 골랐습니다.

1장 ‘어린 새’를 읽는데 고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태도는 어린 새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바스락거리는 종이 위에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올려놓는 듯했어요.

‘얼마나 많은 문장들을 삭제하고 삭제한 뒤에 이 간결한 글을 완성한  걸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지만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표현된 그림처럼, 작가의 문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유령이 조금씩, 천천히 책 속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2장 ‘검은 숨’을 읽으면서 완전히 압도당했어요.


3장 ‘일곱 개의 뺨‘부터는 조금씩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고 4장 ’ 쇠와 피‘ 5장 ’ 밤의 눈동자‘까지 읽는데 심장이 방망이질하듯 뛰었어요.

작가가 “눈을 감지 마. 눈을 뜨고 똑바로 봐야 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아주 덤덤하고 정확한 말투로 말이에요

마지막 6장 ’ 꽃 핀 쪽으로‘에서는 1장에 나온 소년의 엄마가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로 말하는데  읽는 내내 목이 메어서 흐느끼다가 결국 서럽게 울며 읽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단어는 존재에 대한 고귀함, 숭고함이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에서 희생당하신 분들을 고귀하게 대하는 작가의 태도에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악행을 쓴다는 건 작가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소년이 온다’는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간절한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폭력을 고발하고자 한 작가의 염원이 느껴져 울림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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