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 2년 11개월

책방 시나몬베어

by 은채

책방으로 오시면 귀여운 소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끔씩, 정말 드물게 두 달에 한 번쯤? 그렇게 드믈게 오시는 손님들은 종종 여기가 소품샵이냐고 물으신답니다.

요즘 먼작귀라는 말이 있다고 하죠. 뭔가 작고 궈여운 거요. 책방 안에 놓여진 뭔가 작고 귀여운 것들은 아이들이 선물로 준 것, 딸이 어릴 때부터 모은 것, 제가 개인적으로 산 것, 직접 그린 것, 만든 것들이에요.

학생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이 책방에 들어와 예쁘고 아늑하다는 말을 하거나 아이들이 두리번거리며 눈을 휘둥그레 뜨면 좀 신이 나요.

책방에서는 책만 파는 게 아니예요. 제가 그린 그림엽서와 아트 포스터, 마스킹 테이프 그리고 2025년 달력 등을 팔고 있어요.

사실 달력은 판매보다는 지인과 친구들에게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요. 제가 만든 달력을 볼 때마다 저를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 뒤로 ‘누군가 나의 안부를 궁금해한다면 달력을 선물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달력을 넘길 때마다 제가 잘 지내기를 잠깐이라도 빌어주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다해도 얼굴을 찡그리며 저를 떠올리진 않을 거예요.

아이들의 편지는 소중해요. 한 자 한 자 눌러쓰며 그림을 그리며 저를 생각했을 테니까요. 그 마음이 감동이에요.

뜬금없이 들고 오는 과자나 볼펜, 인형, 스티커, 구슬 등 아이들이 준 선물들을 볼 때마다 나는 진짜 부자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독서 수업에도 자부심이 커요. 다른 독서 수업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림책 작가이고 가르치는 일에 조금 재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100을 주면 100이 돌아오는 아이들이 좋아요. 솔직하고 다정하게, 제 모습 그대로를 발휘한다고 해서 저를 얕보거나 이용하려고 하지 않아서 좋아요.

한때는 책 판매보다는 독서 수업과 일러스트 수업으로 책방을 유지하다 보니 교습소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의 정체성은 책방이라는 결론을 지었어요. 그래야 책과 관련된 행사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또 그래야 제 책을 홍보할 기회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책을 매개로 연결되고 싶고 소통하고 싶어요.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도 교사로서 이끌고 지도한다는 개념보다는 ’ 이 시간, 우리는 한 공간에서 책을 통해 연결되고 공감하는 거야.’라고 생각해요. 그 소통의 에너지가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채워주고, 지적인 성장으로 이끌 수 있게 한다고 믿어요.

주변에서는 오전에 성인 독서 수업을 하라고 해요.

그런데 아직 제게 성인을 이끌 역량은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아이들을 대하는 게 더 신나고 좋아요.


조만간 책방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어 갑니다. 김포책문화협동조합에서는 신생 책방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어요. 제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책방 일상을 드문드문 올리는 것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는데 말이죠. 휴, 역시 어른들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