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스몰 토크

베란다의 고양이

스몰 토크

by 은채

우리 집 베란다에는 고양이가 있다. 그 애는 이제 열 살이 되는데 여전히 아기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름은 리피, 성은 슬이다. 만약 우리 가족에게 고양이 알레르기가 없었다면 리피의 동생들은 슬라임, 슬로우로 지었을 거다.

리피는 유산균 츄르랑 이빨과자를 좋아한다. 내가 식탁에 앉아 고개를 수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냐옹거리며 식탁 의자 사이로 손을 넣어 내 등을 두들긴다.

내가 종종 텔레비전에 넋이 나가 있을 땐 텔레비전 앞에 철퍼덕 눕곤 한다. 그럼 나는 리피를 내 앞으로 찌이익 끌고 와서 눈은 화면에 고정한 채 쓰담쓰담 토닥토닥을 해준다.

아들을 부대까지 홀로 배웅하고 돌아온 날 깔끔하게 정리된 아들의 방을 보고 한참을 울었었다. 그 당시, 딸은 자취를 하고 연애를 하느라 몸도 마음도 우주에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내 곁에 리피가 있어서 위로가 되었다. 강아지처럼 눈물을 핥아주거나 품을 파고들진 않았지만 존재의 온기, 생명의 따스함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온기가 눈에 보이는 거라면 이스트를 넣은 빵이 끝도 없이 부풀어 집 안의 문과 창문을 다 막아버리는 것 같았다.


남들에게 다 있는 부모와 형제가 주는 사랑과 관심은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지만 남들에게 다 있진 않은 고양이가 나에겐 있다. 그래, 나에겐 온갖 귀여움과 매력을 발산하며 집안을 가득 채우는 고양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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