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토크
목요일 오후에는 햇빛이 포근했다.
버스를 기다릴 때부터 따스한 햇살에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해서 집에 도착하마자 후다닥 저녁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 오래된 동네지만 중랑천이 바로 옆에 있어서 행복했다.
가보지 않은 방향 쪽으로 한 20분쯤 걷자 황톳길을 옆구리에 낀 긴 흙길이 나왔다. 3월 중순쯤에는 맨발 걷기가 다시 시작된다고 하니 잊지 말고 꼭 와야지라고 다짐했다.
손으로 비를 가려주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내 머리 위로 나뭇가지들이 뻗어 있었다.
‘펜을 가져왔다면 멋지게 그렸을 텐데. ’
벚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벚꽃이 피면 정말 근사할 것 같았다.
다음 날인 금요일에도 날씨는 포근했다. 그래서 해야 될 공부와 그림 그리기를 미루고 또 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에어팟을 끼고 스텔라 장의 노래를 들었다.
아, 노래가 가진 힘은 얼마나 위대한지!
나는 스텔라 장에 이어서 로제, 곽진언, 치즈의 노래를 연달아 들으며 친구들과는 소통할 수 없지만 이들과는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딘가에 나와 닮은 마음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매달린 음악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 외로움으로 말라죽었을 거다.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 맞는 2월의 마지막 금요일은 조금 외로웠지만 충만했다. 3월에도 나는 다채로운 감정과 생각들로 풍부할 거다. 그리고 더 자주 동네를 걸을 거다. 그러다 봄을 발견하면 혼자 좋아서 깡충거릴 거고 망설이다 친구들에게 봄을 알리는 문자를 보내겠지.
그러면 친구들로부터 “넌 역시 한가롭고 센티하는구나.”라는 반응이 와서 말을 건 걸 후회할 거다. 익숙한 일들이다.
그래도 나는 봄이 기다려진다. 다음 주에는 프리지어를 한 다발 사서 꽃 병에 꽂아둘 거다. 나에게 봄은 프리지어로 시작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