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행복해지기

스몰 토크

by 은채

1월이 되자 학원에서 모의고사가 시작됐다. 나는 5과목을 한꺼번에 보는 첫 시험에서 95점으로 일등을 했다. 사실 간호조무사 국가고시는 절대평가라서 커트라인만 넘기면 된다. 그래서 일등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도 나는 아들과 딸과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또 누구에게 자랑할까 궁리 중이다.

공부해야 될 양이 꽤 많았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많았는데 스스로 공부 방식을 잘 찾아낸 내가 대견하다. 경제적인 부담만 없다면 이대로 쭉 계속 공부만 하고 싶을 만큼 배우는 일이 재밌다.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쉽게 한계를 긋고 ‘안 될 거야, 어려울 거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게 된다.

과목이 워낙 많아서 모의고사는 계속 이어지지만 지난 주말에는 조금 여유를 부려봤다. 좋아하는 책을 들고 애정하는 동네 카페에 간 거다.

짜릿하고 행복했다. 완벽에 가까운 충만감이었다. 머릿속은 문장들로 가득 찼고, 그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내 삶이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기분이 너무 좋아서 곰돌이 푸 시리즈에 나오는 티거처럼 집까지 띠용 띠용 스프링처럼 튕기며 가는 상상을 했다.

어떤 책이었는지 모르지만 최영미 작가는 자신의 책 서문에 “ 쉽게 행복해지기를.”이라고 썼었다. 오래전 그 글을 읽었을 때 쉽게 행복해진다는 건 뭘까를 생각했었다.

지금은 잘 안다.

내 취향에 꼭 맞는 카페가 집에서 오분 거리에 떡하니 있고

나는 그곳까지 걸어갈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

잠드는 밤이 아까울 정도로 재밌는 책이 있고

그 책 속의 문장들은 나에게 영감을 준다.

그림을 그리며 몰입하는 기쁨은 고독을 흥미롭게 만든다.

나는 이 나이에도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있으며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