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소를 안아주었으면 - 소공녀

같이 볼까요?

by 은채

소공녀

2018. 전고운 감독 / 이솜, 안재홍, 김국희, 김재화


나는 이 영화를 '발견'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감독이 있었나? 이런 배우가 있었나?

현실을 이렇게 신선하고 슬프게 풀어낸 시나리오가 있다니!

나는 이 독창적인 여성 감독의 이름을 외우기로 했다. 전고운 감독.


주인공 미소는 담배 한 모금과 한 잔의 위스키, 그리고, 소중한 사랑 외에는 이 세상에서 바라는 게 없다. 그런 그녀를 한심하게 보는 이도 있고, 이용하려는 이도 있고, 집도 없고 돈도 없다는 이유로 깔보는 이도 있다.

현실의 그녀는 권력도 돈도 집도 없다. 하지만 소유한 것이 많은 그 어떤 이들보다 정직하고 독립적이고 성실하고 진실하다. 미소같은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전쟁 없이 평화롭고, 소박하고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학벌과 돈과 외모와 멋진 집으로 평가할 수 없는 그녀를 자꾸만자꾸만 구석으로 몰아낸다. 결국 미소는 길바닥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나는 그 텐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허겁지겁 사느라 빈 껍데기가 되는 줄도 모르고 놓친 그 무엇. 희망이나 믿음, 미소...그런 것들이 미소가 사는 텐트 속의 불빛처럼 내 안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한 묶음 정도였던 미소의 흰머리가 점점 백발이 되는 것도 인상 깊었다. 세상의 냉혹함을 만날 때마다 색이 변하더니 결국엔 백발이 되었다. 백발은 그녀가 얻고자 했지만 얻지 못한 사랑과 온기가 아닐까. 처음엔 코미디처럼 웃겼었는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아, 이게 우리가 사는 냉정한 세상이지. '라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마음이 춥고 아팠다. 텐트 속에서 희미한 불을 켜고 있는 그녀를 누가 좀 안아줬으면.

저 불이 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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