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드로잉
'음, 일탈하는 십 대를 둔 가족의 문제 그런 건가?'
<미성년>이라는 제목과 정면을 바라보는 무표정한 얼굴의 포스터는 좀 무겁고 심각한 영화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 영화 개봉 당시에 화제의 드라마였던 <스카이캐슬>의 배우 염정아의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영화에 그리 관심을 갖지 않았을 거다.
"너무 섬세해서 놀랐어요.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감독님의 연출 때문에 제가 배우면서 찍었어요. 앞으로 김윤석 감독님이 찍는 영화라면 무조건 할 거예요.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꼭 나를 불러 주면 좋겠어요. "
지금은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나 역시도 김윤석 감독의 다음 작품을 꼭 챙겨 볼 거다.
나는 한국영화를 볼 때마다 늘 세 가지가 아쉬웠다. 질질 끄는 연출과 신파에 매달리는 스토리, 거기에 적절치 못한 음악. 그런데 <미성년>은 그 모든 아쉬움을 해결했고, 유머와 통쾌함, 거기에 새로운 배우의 얼굴까지 있었다.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신인배우들의 연기가 몰입감을 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우 김혜준은 영화 킹덤에서, 배우 박세진은 드라마 하이 클래스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 주었다.
세상은 맑지도 행복하지도 않지만 그걸 잔인하고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촌스러움이 이 영화에는 하나도 없었다. 나는 이 영화를 한달 사이에 두 번이나 봤다. 다시 보니 기타 선율을 배경음악으로 깔아서 이야기의 흐름을 뒷받침해주는 연출이 세련되게 느껴졌다. 특히 통쾌한 장면 속에 나오는 이정은 배우의 캐릭터는 다시 봐도 충격적이고 재미있었다.
그 중 가장 가슴에 남는 장면은 두 소녀가 인큐베이터 속에 있는 아기를 귀여워하며 말하는 장면이었다.
"너 각오해. 사는 게 빡셀 거다. "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의 십 대들은 얼마나 빡세게 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찡했다.
훌륭하고 완벽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