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묵직함이라는 두마리 토끼- 암살

필름 드로잉

by 은채

역사를 다룬 그림책을 내고 싶은데 역사적 진실과 약간의 허구를 섞어서 스토리를 쓴다는 게 참 어렵기만 하다. 진실을 말하되, 흥미롭고 진부하지 않게 말해야 하니 말이다.

<암살>이 전체 연령가라서 감독에게 너무 고맙다. 아이들과 보면서 역사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기 때문이다. 역시 영화는 함께 볼 때 더 즐거운 법이다.


배우 이정재의 몸을 던진 연기에 증오와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일본 앞잡이로 기세 등등하게 사는 노인이 죽기를 바라며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쉽게 죽지 않는 것도 아직도 청산해야 할 잔재가 끈질기게 남아있음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믿음직한 여관 마담, 사소한 실수로 일본군에게 총을 맞는 소녀, 도련님에게 충성을 다하는 하인, 시니컬한 것 같지만 조국애가 들끓는 청년, 여우처럼 눈치가 빠른 지배인, 독립군들의 정신적 지도자 등 쏟아지는 인물들은 단순히 풍부한 내러티브 구성을 위함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짓밞힌 목숨과 독립을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이들의 피가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신나고 재밌게 봤지만 가슴 아래가 묵직해지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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