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김에, 차 소개
트와이닝스 실론 오렌지페코 루스티
Twinings - Ceylon Orange Pekoe Tea (Loose Tea)
트와이닝스는 고급차라기보다 범용, 덕용차로 많이 인식하는 브랜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신뢰하는 브랜드이다.
트와이닝스 차를 두루 다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뭘 골라도 합리적인(티백은 어마무시하게 저렴..) 가격에 괜찮은 맛을 가졌을 뿐 아니라
잎차, 이른바 루스티(Loose Tea)들도 나름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지금 살짝 검색해보니 국내에 저 차를 파는 업자는 없는 것으로 보임. 고로 광고글 절대 아님)
트사가 Since 1706년인데,
얼그레이를 처음 블랜딩한데다
레이디그레이처럼 홍차의 입문같은 차를 만든 걸 보면
오래된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이미지를 느끼게 해준다.
실은 이게 제국열강인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세우고 인도에 빨대를 꽂아 시작했다는 슬픈 역사가 있긴 하지만
이후로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재배되면서 차는 더이상 중국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각설하고, 내가 트와이닝스 차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재구매를 거듭 하는 게
바로 실론 오렌지페코 루스티이다.
오렌지페코는 이름때문에 오렌지맛이 날거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실은 오렌지같은 주황빛의 화사한 수색이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고
인도나 스리랑카산 홍차의 등급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트사 실론 오렌지페코 루스티는 국내에서는 거의 파는 것을 못봤고
내 경우 번거로움을 무릎쓰고 보통 구매대행을 한다.
때문에 주변에서 이거 마시는 사람도 본 적이 잘 없다.
코로나기간 동안 이상하게 이 루스티가 항상 품절이어서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작년인가 영국공식홈피에 올라와 있길래 얼른 구매했다.
받고 보니 영국회사에서 스리랑카 찻잎을 썼는데 폴란드에서 패킹하고 일본 판매용 라벨이 붙어있는
복잡한 차가 배송되어 왔다.
찬장에 쟁여두고 잊고 있다가 오늘에야 개봉.
트와이닝스 실론 오렌지페코는
오렌지페코인데도 다른 브랜드 동급차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게 책정된 편이다.
트와이닝스도 근 십년 사이 슬금슬금 차값을 올리고 있는데
워낙에 프랑스 브랜드들 가격이 사악하다보니 트와이닝스 차는 상대적으로 다 착해보인다.
그래도 배송료 포함하고 세금 붙고 어쩌구 하면서 현재보다 더 오르면
이럴바엔 차라리, 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게 될 것같기도.
맛은 상당히 부드럽고 좋다.
주변에, 특히 중국차를 주로 마시는 분들에게 이 차를 내려주면
어디거냐고 질문이 들어오곤 하는 차 중 하나이다.
맛이 부드러운데, 중국차랑 비슷하면서 풍미가 좀 다르기 때문.
차가 다 그렇지만, 내리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아다시피 물온도와 시간은 차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니까.
개인적으로 진짜 이해가 안가는 것 중에 하나가
홍차든 녹차든 어느나라 어디서 무슨 차를 사든, 통에 나온 차 우리는 법에,
한결같이 100도씨 혹은 95도씨 물로 3-5분이라고 되어 있다.
세계 차협회에서 일괄 이렇게 쓰기로 약속이라도 한건지....?!
나도 차를 오래 마셨지만
100도씨에 3-5분 우려서 맛있는 차는 인삼차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싶은데 말이다.
혹자는 서양차는 오래 한두번, 동양차는 짧게 여러번 우리는거라고도 하던데
음...글쎄올시다.
물론 차 특성과 개인 취향에 따라 우리는 온도와 시간은 달라져야 한다.
밀크티를 마시려면 분쇄되고 고발효된 찻잎으로 진하게 우려야 어울리고
대엽종이나 발효차, 단차 등은 아주 뜨겁게 우리거나 좀 불려줘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서양브랜드 홍차들일수록 오래 우리면 별로인것같다.
서양 브랜드들은 얇고 작은 잎을 쓰거나 차가 잘 우러나도록 하기 위해 잎을 잘게 부숴서 패킹하기 때문에
차가 쉽게 잘 우러난다.
중저가의 차가 아니고 고가의 좋은 차라면 홍차여도 발효도가 낮게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때문에 고온의 뜨거운 물에 무려 5분씩 우리면 떫고 쓴맛이 가득해지는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의 마음으로 차를 마시는 내게
떫게 우린 홍차를 마시는 것은 벌받는 기분이다.
전근대시기 대량제다가 미숙하고 유통과 보관이 안좋은 시절에는
찻잎도 막 부서지고 찻잎이 오래되어 향료도 진하게 뿌려야 하고 그렇다 치지만
요즘같이 기술과 유통이 발달한 지구촌시대에
기계로 대량 수확하여 어쩔수 없는 정도 말고도,
왜 찻잎을 그렇게 잘게 부숴놔서 떫은 맛을 올리는지 잘 이해가 안가기는 한데
뭐 나름 서양 사람들 취향이니까....
개인적으로,
오렌지페코같이 연한 잎의 차는 짧게 우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잎을 부순 차의 경우 대부분 물을 부으면 바로 수색이 나기때문에
10-20초 정도 우려서 두 탕만 먼저 내려 마신다.
삼탕부터는 잡미가 나오기 시작해서 앞에 것과 섞으면
감칠맛 가득한 1-2번째 탕 맛이 아까우니까.
찻잎 양에 따라, 또 개인 입맛에 따라 조금 시간을 늘려 3-5탕정도까지 가능할 것같다.
혹 기문이나 다즐링, 대홍포나 봉황단총 뭐 그런 클래식한 스트레이트 차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또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만한 괜찮은 차를 찾는다면
트와이닝스 실론오렌지페코 루스티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해본다.
(물론 핸드픽의 특등급 차를 찾는다면 좀 다른 문제다. 가격이 확 올라갈테니까.)
더운날 오후 출출하고 지친 때
당 섭취도 할 겸 간식에 차 한 잔 내리다가
내리는 김에 나름 가격도 맛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차를 소개해 보았다.
모두 즐거운 차생활 하시길~
2023. 7. 5
파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