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G Darjeeling Supreme
얼마전 TWG 홈피에서 8월에 120싱가폴달러 이상 구매하면 배송료 무료인 이벤트를 했다.
12만원 정도 사면 당연히 걍 보내줘야하는거 아냐? 흥핏칫, 하여간 얘들은 웃겨 진짜. 해놓고
다즐링만 좀 사볼까 했다가 기문도 넣고, 결국은 140 싱가폴달러 구매...
먹던 차들이 떨어져가서 신선한 차에 목말라하던 차라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DHL로 득달같이 배송온 차 박스를 신나게 개봉했다.
가향홍차를 즐기지 않는데도 저놈의 특이한 이름이나 틴에 홀려 자꾸 사게 된다.
브랜드 스테디셀러 혹은 베스트셀러라면 어쩐지 무슨 맛인지 몹시 궁금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니 그 맛을 이해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다행이 소량이 들어있는 미니틴이 있어 세 가지 고르고
TWG가 자랑하는 수많은 블랜딩 차 가운데 흔한 맛이 아닐듯 해 보이는 크림슨힐을 조금 구매해 보았다.
다즐링과 기문, 크림슨힐과 미니틴들 빼고 나머지 두 종은 서비스차.
사실 가향차를 고르는 일은 조금 모험에 가깝다.
잘못 고르면 우리 입맛에 방향제를 먹는 느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TWG는, 차의 오드꾸튀르라며 온갖 독특한 블랜딩을 선보이나
홈페이지나 차 케이스에 그 정확한 원료와 배합비를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대충 녹차다, 홍차다, 이 정도에 독자적인 블랜딩을 했다는 설명만 덜렁 붙어있을뿐이라.
궁금함을 못참고 구매한, 또 서비스로 받은 가향차들은 차차 마셔보기로 하고.
처음으로 개봉한 것은 역시 다즐링.
여러 종의 다즐링이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것은
퍼스트 플러쉬(First Flush)만 사용했다는 다즐링 수프림(Darjeeling Supreme)이다.
TWG사의 차는 워낙에 종류가 많아서인지 고유 번호가 붙어있는데, 이 차는 31번이다.(T31)
퍼스트 플러시는 우리말로 첫물차 정도 되겠다.
매년 차나무의 첫 새싹을 딴 것으로, 대체로 잎이 매우 여리고 맛이 순하여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TWG사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는 처음 마셔보는 것이라 기대감을 안고 차를 뜯었다.
공식홈 다즐링 수프림 설명의 사진에는 잎 색에 발효도가 좀 있어보였는데
막상 받고 나니 얼핏 녹차인가 싶을 만큼 낮은 발효도를 보인다.
역시 이 귀한 첫물차를 굳이 잔뜩 발효시킬 필요는 없겠지.
아래는 한 번 우리고 난 후 잎 상태.
잎이 여린만큼, 물은 한김 날려 가볍게 우려냈다.
역시, 녹차인가 싶을만큼 잎이 푸른색을 띈다.
부서진 잎이 꽤 많아서, 퍼스트 플러쉬라면서 기계 수확한건가 했는데
홈피 설명을 보니 핸드픽이라고 한다.
뭐지. 핸드픽 해놓고 법제할 때 일부러 부순건가.
잎이 좀 더 온전했으면 싶은데 아쉽다.
위 사진 찻잔에 담긴 차가 첫 잔인데,
수색을 보면 밝은 노란색을 띈다.
맛도 수색처럼 순하고 부드럽다.
첫탕을 가볍게 우리니, 녹차 우전 정도로 여리여리한 맛인데
달콤한 과일향, 특히 베리류와 샤인머스캣의 향이 난다.
이 베리향이 이 차의 특색인듯 싶다.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에서 샤인머스캣 향이 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인데
딸기향이 나서 처음에 조금 당황.
이게 뭔가 싶어 차 맛을 끝까지 빼보려고 5-6탕정도까지 내보았다.
나는 떫은맛과 잡맛을 극혐하는 감탄고토의 차 취향이라
완전발효차도 3탕 이상은 잘 안하는데
이 차는 여린 잎이어도 나름 홍차라고 5-6탕 정도 내도 계속 우러나고 잡맛도 많지 않다.
뒤로갈수록 베리의 풍미는 훅 줄어들지만
내겐 여린 녹차향인, 이른바 샤인머스캣향도 점점 덜해지나 계속 남는다.
뭔가 고소한 맛도 있는데 홈피 설명에서는 헤이즐럿 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내 입맛으론 낮은 온도, 짧은 시간으로 시작해 조금씩 온도와 시간을 늘려가며 우려
3-4탕 정도면 알뜰하게 적당한 듯.
차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남편더러 차봉투를 열어주며 베리향이 나지 않느냐 했더니
남편은 베리향이 가향된 것같다고 한다.
찻잎의 풍미일 뿐 그 정도는 아닌데 싶었으나,
혹시나 하여 베리나 과일향이 블랜딩된 것인가 본사에 이메일 문의해 보았다.
고객 응대가 매우 신속하고 친절하다는 TWG의 설명처럼 재빠른 회신으로
아무것도 블랜딩되지 않은 차 본연의 맛이라는 답신이 왔다.
노골적인 단 맛이 나는 차를 별로 즐기지 않는데
이 차는 달콤한 풍미가 고급스럽고 은은하여 거슬리지 않는다.
종종 찻자리를 같이 하는 딸램이 미미의 평으로 맺어보자면
오오, 이거 맛있다!
.
2023. 8. 30
파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