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5분 전-2시 55분엔 휴대폰 진동이 씩씩하게 뛰어댄다. 외출 전 슬쩍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다듬 듯, 하루를 휘리릭 되돌아본다.
오후 3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떤 계절에도 해가 중천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다.
이른 아침을 맞이한 사람들, 조금 늦게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도 남아 있는 일과 미처 못다 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시간이며, 또한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에도 결코 늦지 않은 시간이다.
인간의 수명 100세가 기준이 되어 하루 24시간, 즉 1440분으로 나누어 인생시계의 시점을 가늠해 보는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나는 오후 2시 30분 즈음에 있다.
내가 설정해 놓은 오후 3시보다 조금은 여유 있는 시간. 물론 기대 수명이 아닌 현실적 평균 수명인 80세나 90세를 기준으로 계산을 하면 울적하게도 훨씬 늦은 시간이 된다. 몸과 마음 상태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생 시계 시점을 획일적으로 계산하여 결정할 수는 없다. 시간대가 제각각 일 테니까..
'인생 2회차'라는 표현이 참신하다. (코로나가 한창 일 당시 모 방송국 노래경연 프로그램에서 처음 들었다)
같은 의미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인생 전반전과 후반전'에서 인생 후반전은 마무리 내지는 정리해 나가야 하는 시기 같은데, '인생 2회차'는 살아온 인생이 마치 경력처럼 느껴져서 더 나은 삶 혹은 새로운 생을 계획하고 나아갈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는 표현인 것 같다.
지나온 시간이 어떠했든 지우개로 지울 수 없고 삭제할 수도 없다. 컴퓨터를 초기화하듯 Formatting 시킬 수도 없거니와 좋은 추억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간직하고 싶은 기억만 골라 마음 폴더에 담아 보관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re-set이 아닌 new-set 시키려 한다.
나에게 오후 3시는, 인생 2회차 새로운 시작을 위해 스스로 가꾸고 준비하는 '셀프 태교'의 시간이다.
햇살이 아직 따스하고 부드럽다. 가볍게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서 적극적으로 세상의 다채로운 표정을 관찰하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역할과 최선의 역량을 펼쳐 내보고 싶다.
늦은 오후, 태양이 서쪽 하늘로 향하며 하루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신비한 마법의 순간을 연출해 내 듯, 머지않아내 삶의 하이라이트, 멋진 매직 아워를꿈꾸며 가까이 다가오는 인생 2회차를 반갑게 맞이하고싶다. 다시, 새_삶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