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질러보는 미친 듯

by 여이

D-146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로또를 100만 원어치를 사는 그런 상상. 100만 원어치를 사면 로또 1등이나 2등, 최소 3등은 되지 않을까?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에 적었던 건물주가 진짜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였을까. 어둠이 자리 잡고 모두가 잠에 들어 소리가 멈췄던 새벽, 로또를 사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예치금 10만 원을 입금했다. 통장에 10만 9백 원 있었는데. 전재산과도 같은 돈을 입금한다는 건 과거의 나를 생각했을 때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미치고도 남을 짓이었다. 학생 때 매점 안 간다고 짠순이라는 소리도 들었었고 스스로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구매한 것 중 가장 비싼 거라고는 54만 원짜리 하이엔드 카메라. 아, 지하철 계단 오르는 게 힘들어 PT 받는다고 몇 백 쓰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래도 충분히 낼 능력이 있었기에 지출을 해도 통장잔고가 0에 수렴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엔 달랐다.


딱히 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곧 죽을 건데 해보고 싶었던 거 해보자라는 마음? 새로운 걸 도전한다는 건 긴장되고 설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역시나 무덤덤하다. 덤덤한 표정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고 또 누르고. 처음 알았다. 인터넷으로 로또는 해당 주 거 1개밖에 못 산다는 걸. 두 번째 로또 구매를 실패하고 구매가 가능한 연금복권을 구매했다. 죽으면 의미 없는 연금복권이지만 유일하게 몽땅 구매할 수 있는 복권. 질러보고 싶었다. 운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걸지도. '혹시라도 하는 된다면' 이런 생각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 못 한다. 전재산과 맞바꾼 5,000원의 로또와 95,000원의 연금복권이 나에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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