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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ul 08. 2019

5년 6개월, 이제 배꼽인사

어린이집 만만세!

브런치에 카카오톡 자동 로그인을 하며 생각했다. 내게 패스워드를 묻지 않아서 진심으로 고마워. 언제가 지난 로그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내게 브런치가 패스워드를 물었다면 난 기록할 의지를 상실한 채 어플을 닫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만들고 내가 잊어버린 패스워드를 찾다 보면 스스로 바보가 된 기분이다. 나만 아는 암호여야 하는데 나도 모르는 내 암호들이 온라인에 가득하다. 패스워드 쓰라고 빈칸이 뜨면 철렁하며 휴대폰 인증을 준비해야 하는 신세지 말이다.


브런치의 안녕을 확인하지 않았던 그 사이, 나는 4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때론 이러다 미국 생활이 과거 나의 캐나다 생활보다 길어지겠다 싶었고 자연스럽게 눌러사는 게 아닐까 했는데 남편은 성공적으로 바늘구멍을 뚫어냈고 우리는 귀국을 선택했다. 집 근처 몰에서 최종 연락을 받았는데 그 순간 나는 민망하게도 눈물이 터졌다. 가장 확실한 이유를 달아보자면 (개)바쁜 남편을 따라간 타국에서 전업맘이 되어 육아와 출산과 살림에 24시간을 통째로 바친 내 (개)고생의 세월이 서러웠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으나 그것들은 문자로 들으면 하찮고 쪼잔 해지는 느낌이라 나열하고 싶지 않다. 기본적으로 미국 생활 전반은 날 지배하는 우울감과 싸우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다른 이유들도 결국 비슷한 범주에 떨어질 것이다.


2월에 귀국해 3월 개학에 맞춰 첫째를 유치원에 보냈다. 셔틀을 타고 오가며 아침에 가서 오후에 온다. 봄이 다 지나도록 둘째는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둔 채 언제나처럼 나랑 지냈다. 애가 하나인 것도 신세계라며 스스로 토닥였다. 여름 초입에 들어설 무렵, 근처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내년에 유치원 적응을 대비해 좀 더 큰 기관에서 시작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곳에선 지금 다니는 곳보다 한 달 늦게 연락이 왔다. 이미 적응훈련 중이라서 쿨하게 접었다. 어쩌면 작은 기관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사람이든 장소든 일이든 다 인연이 따로 있는 법이니 괜찮다. 아침마다 어린이집 빨리 가자고 보채는데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어린이집 출입 한 달이 훌쩍 넘은 오늘, 둘째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가더니 정말 씩씩하게 "이따가 오세요!"라며 내게 배꼽인사를 했다. 박수를 쳐주고 칭찬을 쏟아붓고 돌아섰는데 울컥 눈가가 촉촉해졌다. 남편이 보면 그렇게 좋냐고 놀렸겠지만 이 마음은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나는 울지 않고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했고 남편은 수고했다는 톡을 전했다. 곧장 주민센터에 갈 일이 있어 혼자 길을 걷는데 마음에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덥다. 시간 금방 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야. 그런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강식당 비빔국수를 해 먹어봐야지 하고 간단히 장을 봐 돌아왔다.


비빔양념 소스를 끓이며 타닥타닥 브런치를 쓴다. 오늘부터 낮잠을 시도하기로 했는데, 이걸 쓰면서도 갑자기 입꼬리가 씰룩. 엄마 없이 자고 일어나고 하는 건 어렵지 싶은데, 혹시 성공할지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어 주말 내내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켰다. 필라테스를 끊어볼까. 영화관은 어디가 가까운가.


첫째도 아니고 둘째의 배꼽인사를 받은 오늘은 어디 적어두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날이다. 풀타임 엄마였던 나에게 혼자인 시간이 생겼다. 첫 아이를 낳은 이후 처음이니 무려 5년 6개월 만이다. 아직은 3시간 정도고, 혼자인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몸 둘 바를 모르다 겨우 밥 한 끼 혼자 차려먹고 집 치우다 끝나지만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는 달디 단 시간. 오랫동안 전혀 없다가 생긴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간이다.

그래서 완성된 강식당 비빔국수. 면은 메밀면, 단무지는 썰기 귀찮아서 색만 같은 파프리카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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