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만남

공개수업과 학부모 상담

by 미미

봄학기가 시작하면 곧 그럴싸한 만남들이 이어진다. 먼저 공개수업과 학부모총회가 열리고 그다음 주엔 학부모 상담이 이어진다. 그렇게 올해도 새 학기 루틴에 충실하게 참석한다.


"동동아, 오늘 발표하면서 왜 그렇게 방실방실 웃었어?"

"엄마가 오시니까 긴장돼요."

"진짜? 그래도 엄마가 가는 게 좋지 않아?"

"아뇨. 엄마가 안 오셔야 긴장도 안 되고 좋아요."

"으잉?"


공개수업 중 동동이는 상기된 얼굴로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왜 그렇게 웃었냐니까 엄마를 보니 긴장되어서 그랬다고 한다. 동동이가 인싸처럼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얘기를 듣곤 하지만, 알고 보면 내향형이고 날 많이 닮은 아이의 성향이 느껴졌다.


"복복아, 형아는 엄마가 오늘 가서 긴장됐다는데 넌 어땠어?"

"긴장 안 했는데요. 엄마는 원래 맨날 보잖아요."

"뭐, 그래도 다른 어른들도 와 계시고 하니까."

"그분들은 저랑 상관이 없잖아요."

"와."


쿨한 대답에 부러워졌다. 오히려 복복이에게서 은근히 거침이 없는 외향형 기질이 보일 때가 있다. 긴장될 게 뭐 있냐는 반응에 나도 저렇게 뻔뻔한 스타일이면 좋을 텐데 싶었다. 공개수업 다녀왔을 뿐인데 둘이 이렇게 다를 일이라니. 어쩜 공개수업보다 중요한 건 선생님과 안면을 트는 첫 상담이다.


"아이고, 복복이 책상이 참..."

"아, 치우라고 얘기했었는데..."


복복이의 상담을 하려고 교실 문을 두드리고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침 맨 앞자리인 복복이의 책상이 먼저 보였다. 연필과 지우개 등 잡동사니가 책상에 올라가 있다. 나는 너저분한 장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우리 복복이는 책상도 외향적이구나. 물건이 저렇게 널브러져 있다니. 나의 탄식을 들으신 선생님은 일부러 복복이의 칭찬을 하시며 반기셨다.


"그래도 복복이가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집중하고 있어요."


올해 복복이의 담임선생님은 꽤 젊은 분이신데 독서, 글쓰기, 필사 등으로 문해력 향상에 힘쓸 계획을 공유해 주셨다. 아직 신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선생님께선 복복이의 선한 마음과 앞뒤가 똑같은 투명함에 대해 알고 계셨다. 놀란 게 있다면 그동안 그 어디서도 눈물요정 캐릭터였던 복복이의 여린 면은 아직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랑 놀다가 말을 세게 하는 모습을 지적하셨다고 한다. 욕이나 나쁜 말은 아니지만 너무 강한 의견 피력은 상처받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갈등을 빚거나 다툼으로 가져가지 않고 잘 인정하고 대처한다는 칭찬만 듣다가 이런 얘기는 처음이라 놀라기도 했다. 복복이는 이에 대해 전쟁놀이 중이라 그랬을 뿐인데 이제 그 놀이 안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말 교육에 늘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와서 떨린다던 동동이는 올해도 아직 완벽한 학생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칭찬을 쏟아내시더니 동동이만큼만 하면 걱정이 없으실 텐데 어떤 게 궁금하시냐는 질문에 뭐라도 단점을 고백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맏이라 나도 모르게 기대치가 높아 집에서 칭찬을 너무 못 받고 지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아이 나름의 사회생활이니 밖에서 보내는 아이의 생활상은 집과 다른 부분이 있을 법하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인 엄마 아빠 곁에서 보이는 모습과 다른 사람들 틈에서 나름의 사회성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같을 리는 없다. 누가 보고 있느냐에 따라 사람은 바뀌기 마련이다.


공개수업에 대한 소회를 물으니 아이들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동동이는, "우리 선생님은 평소보다 화장이 너무 진해졌어요."

복복이는, "왜 공개수업 날에는 선생님이 존댓말로 수업을 하실까요?"


하하, 그런 걸 묻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공개수업 및 학부모 총회는 그런 곳이다.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일을 하시고 학부모는 학부모의 일을 하는 곳. 풀메이크업과 잘 세팅된 헤어에 코트와 명품백을 꺼내든 사사람부터 점퍼에 운동화 차림까지 다양한 차림의 학부모들이 모여 교실 뒷자리를 채우고 각자 자기 아이의 발표시간을 기다린다. 이번 공개수업은 혼자 가야 했는데 아이 둘의 수업이 겹치지 않아 다행히 다 참석할 수 있었다. 서서 손뼉 치고 호응하고 웃다가 또 교실을 옮겨 서서 손뼉 치고 호응하고 웃다가 기다리던 아이들을 챙겨 바쁜 오후를 마쳤다.


그럴싸한 모습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키며 처음 보는 엄마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그나마 그 틈에 아는 엄마들은 반가움에 활짝 웃으며 반기는 시간. 역시나 특별히 더 피곤해서 뻗어버리는 날이다. 선생님들도 특별히 더 피곤한 날을 보내셨으리라. 3월을 마치면 큰 숙제 마친 기분이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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