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에 따라 아기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기분과 행동이 달라지고, 기질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스스로의 의지와 양육 환경, 부모의 양육 행동과 결합되면서 성격으로 발전한다.
본래 가지고 태어나는 '기질'은 바꾸기 어렵지만 '성격'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하니, 나는 우리 아기의 기질은 받아들이되 성격은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심리학자 스텔라 체스와 알렉산더 토마스에 따르면 아기기질은 순한 아기, 느린 아기(중간 성향 아기), 까다로운 아기로 나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에서 40%는 순한 아기, 15%는 느린 아기, 10%는 까다로운 아기 유형에 속하며 나머지 35%는 유형에 소속되기에 애매하거나 복합성을 띈다고 한다.
부모의 보고를 완벽히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질에 대한 비율은 100% 신뢰할 수 없지만 내 아기가 어떤 기질인지를 파악하여 양육 방법을 선택하고 아기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내 아이가 순한 기질이었다면 굳이 기질에 대해 깊이 알아보았을까?
'아기의 기질'에 대해 알아보고 내 아이가 까다로운 기질이라는 것을 인정하니깐 그제야 아기의 신경실 가득한 울음과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뒤끝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참고로 부모와 자식 간의 기질이 다를 때 가족 내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나와 다른 기질의 부모나 자식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기의 문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 부모와 자식 간 기질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부모는 자식의 행동과 기질을 이해하고 행동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양육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권장되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육아할 때 반드시 필요한 부모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수용, 적절한 반응 말이다.
기질이 까다롭고 느린 아기였던 우리 아기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면 다른 아기가 되더라' 하는 말은 익히 들었기 때문에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맴돌던 신생아 육아였다.
아기는 잘 지냈다.
대신 잠을 자지 않았다.
잠투정이 유독 심했고 재우려고 내려놓으면 왕왕 울어대기 일쑤였다.
"아, 이제 말로만 듣던 등센서구나"
등이 닿기만 해도 울었던 아기
등의 감각이 예민해서 울었던 것이었다.
몰랐다.
우리 아기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다음에도 등을 쓰다듬거나 터치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니 바닥에 눕혀서 안정감을 주려고 했던 행동은 오히려 아기의 예민한 감각과 수면을 깨우는 것이었다.
옹알이를 하지 않았던 아기
주변 어른들이 진중해서 그렇단다. 그런 줄 알았다.
생후 36개월까지 "엄마" "응"이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언어치료를 시작했을 때 주변 어른들은 유난이라 했다.
왜 멀쩡한 아기를 "치료" 하냐고.
우리 아기는 혀의 감각이 예민해서 혀가 입천장에 닿는 행동을 피하고 있단다.
선택적 함구증 증상도 보인단다.
문화센터를 싫어하던 아기
언어발달도 느리고 자기주장이 강한 아기라서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부족한 오감 만족과 또래관계의 교류를 위해 문화센터에 등록했더랬지.
12개월부터 24개월까지
단 한 번도 끝까지 문화센터를 채워본 적이 없었다.
낯선 사람들
낯선 공간
낯선 음향
우리 아기에겐 모든 것이 공포스러웠다.
아기는 낯선 감각들이 사라질 때까지 울었고 나는 문화센터 수강 철회를 권유받기도 했다.
문화센터 비용을 환불받고 돌아오는 길이 괜히 서러웠다.
아기는 아기띠에 매달려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눈물이 말라버린 아기 얼굴이 새빨갛게 텄다.
아기의 볼을 쓰다듬어 본다.
왜 이렇게 우는지
왜 이렇게 공포스러워하는지
왜 이렇게 나에게 매달리는지
까다로운 아기와 우울장애 엄마가 함께 헤쳐나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지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