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에세이] 감정은 나를 지켜주는 힘이었다

by 마음의 나침반

감정이 나를 흔들어놓을 때가 많았다. 특히 일이 바쁠 때, 사람 사이에서 눈치 볼 때.

근데 돌아보면, 그 감정들은 대부분 나를 지키려는 몸짓이었다. 버티고 있었다는 걸 알리는 미세한 떨림. 사실은 나한테 말 걸고 있었던 거다. “괜찮냐고.”

머리가 좋다는 사람이 “괜찮냐고”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상한 감정이 있다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감정으로도, 이성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나는 늘 무언가를 하느라 바빴다. 뭘 하고 있었냐면, 사실은 방황을 하고 있었다.

방황이 뭐 대단한 거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넓은 바다 같은 마음 안에서는 자기 고백이 더 진실하다. 내 마음에 따르지 않는 길을 걸을 때, 그걸 방황이라 부를 수 있는 거 아닐까?

마음은 계속해서 나에게 물었다. “괜찮냐고, 정말 괜찮냐고.” 나는 그 물음을 외면한 채 잠들며 무마하곤 했다.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게 소원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비로소 감정이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정을 무시하던 내가, 감정을 적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그냥 “속상함” 한 단어로만 남았고, 어떤 날은 눈물이 먼저 흘렀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기록한 날은 잠이 더 깊었다. 마음이 나한테, “이제 내 말 좀 들어줘서 고마워” 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동안은 그마저도 외면한 세월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난 화, 슬픔은 없는 것이라고 의식적으로 알게 했고, 늘 마무리는 그런 사람 이어야 한다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화가 나는 건, 내가 지켜야 할 경계를 침해당했다는 신호였다. 슬픔은 뭔가 소중한 걸 잃어버렸다는 걸 알려주려는 마음의 울음이었고. 감정을 부정하는 건 결국 나를 무방비하게 두는 일이었다.

이제는 감정이 들면, 멈춰서 듣는다. 무조건 참지도 않고, 휘둘리지도 않으면서. 감정이 나에게 보내는 “지켜야 할 나”의 신호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감정이 들면 이렇게 묻는다. “이번엔, 나를 어떻게 지켜주려는 거야?” 너를 외면하지 않아, 더 이상.